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뉴스1

국방부 검찰단이 30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해 항명 혐의로 군사법원에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단은 지난달 31일 고(故) 채수근 상병의 사망 조사 보고서를 재검토하라는 국방부 장관의 지시를 어기고 사건을 이달 2일 경찰에 무단 이첩한 혐의로 박 전 단장을 수사해왔다.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피의자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하지만 피의자가 계속 수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안의 중대성 및 증거인멸 우려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잇따른 피의자의 일방적 주장 발표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피의자가 수사절차 내에서 관련 증거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등 필요한 주장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박 전 단장은 지난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조사 보고서 재검토 지시가 VIP의 격노때문이라는 말을 김계환 해병대사관으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그러면서도 박 전 단장은 이 진술서와 관련한 검찰단의 질의에는 일절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법률대리인 측은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했다.

진술서와 관련, 김 사령관은 검찰단에 “사실과 다르다”며 박 전 단장의 주장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왼쪽)이 지난달 20일 고 채 상병 빈소에서 헌화와 분향을 마친 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야당은 이날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박 전 단장 사건과 관련 외압설을 제기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고발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안타까운 안전사고를 놓고 허위 사실을 주장하며 정쟁을 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이날 이관석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지난달 31일 채 상병 조사 결과가 대통령께 보고가 됐느냐, 대통령이 결과에 질책한 적이 없느냐”며 외압설을 추궁했다.

하지만 이 수석은 “보고되지 않았다. 질책 사실을 모른다”면서 부인했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도 이날 회의에서 조사 재검토 지시 이유에 대해 “박 전 단장의 조사 보고서에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대상자로 해병대 1사단장·여단장 등 지휘관뿐 아니라 함께 수색 작전에 들어갔던 부사관 등 초급간부까지 총 8명이나 들어갔다”면서 “장관이 이게 적절한 것일까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면서 조만간 공수처 고발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국방부는 논란이 됐던 박 전 단장의 조사 결과 보고서는 재검토해 과실치사 혐의자를 기존 8명에서 대대장 등 2명으로 압축해 지난 24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