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로고./AP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가입한 ‘유엔 강제 실종 방지 협약’이 올해 2월 발효됐지만 6개월째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 실종(Enforced disappearance)’은 국가 또는 개인이 사람들을 체포·감금·납치하거나 생사와 소재를 은폐하는 범죄 행위를 뜻한다. 북한이 송환을 거부하고 있는 6·25 전쟁 국군 포로와 납북자 문제가 대표적이다. 협약은 이런 범죄를 방지·처벌하고 피해자 권리를 보장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약은 유엔의 9대 핵심 인권 규약 중 하나로 2006년 채택돼 현재까지 총 72국이 가입해 있다. 한국은 2022년 12월 국회 비준 동의를 거쳐 올해 1월 가입 절차를 완료했다. 이에 앞서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2022년 5월),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2021년 1월)이 협약 이행을 위한 법안을 각각 발의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받지 못한 채 길게는 2년 넘게 계류 중이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국내법이 없으면 가해자 처벌 등 협약 규정을 이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명시된 국군 포로·납북자 문제 진상 규명과 국제 외교 노력 선도를 위해서라도 조속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2013년 이후 북한에 구금 중인 선교사 김정욱씨의 형 김정삼씨와 북한 인권 단체들은 ‘세계 강제 실종 희생자의 날’인 30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날 위원장 명의 성명을 통해 “법률 제정이 국군 포로·납북자 문제, 과거 민주 인사에 대한 감금 등 반(反)인도적 범죄에 대한 규명과 가해자 처벌, 피해자 구제, 범죄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