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근 전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결과를 무단으로 경찰에 이첩한 혐의(군형법상 항명)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일 강제 구인돼 용산 군사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갔다.
박 전 단장은 당초 자진 출석해 사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박 전 단장과 그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 측이 군 측과 법원 출입 방법을 놓고 3시간 가량 실랑이를 벌였고, 이에 법원이 구인 영장을 집행한 것이다.
통상적인 방법으로 국방부 영내로 출입 절차를 거쳐 안으로 이동한 이후 군사 법원으로 들어가면 됐지만, 박 전 단장 측은 이날 이례적으로 국방부 영내를 통하지 않고 법원 외부 출입구로 들어가게 해줄 것을 요청해 마찰을 빚었다.
군 안팎에서는 박 전 단장이 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영외 법원 출입을 고집했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 전 단장은 지난달 11일 국방부 검찰단 소환 조사 명령을 받았을 때 국방부 영내에 정상적 절차를 밟고 들어갔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 전 단장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와 이번 사건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임태훈 군인권센터장은 국방부 영내에 있는 군사법원에서 영장심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박 전 단장이 이날 출입 논란으로 자진 출석 대신 강제 구인 형태로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면서 그의 구속 가능성만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박 전 단장은 지난 11일 군 검찰 소환 조사 당일 돌연 “수사를 거부한다”고 밝히고 검찰 대신 방송사에 출연해 자신의 주장을 펴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군검찰이 아닌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조사를 받게 해달라고 요구해 국방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이런 상황에서 재차 영장실질심사 출석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것은 박 전 단장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변호사와 임 센터장 등이 영장심사를 앞두고 박 전 단장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으로부터 ‘VIP가 해병대 1사단장을 책임 대상에서 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개인 전화 녹취록 등을 공개한 것은 사실상 영장 심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 해병대 역대 사령관과 해병대전우회는 지난달 이번 논란과 관련해 “작금의 사태에 큰 실망을 감출 수 없다”며 “우리 군에 대한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군 장병이 희생된 사고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거나 우리 군과 해병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저버리는 결과가 돼서는 절대 안 된다”며 “모두 자중한 가운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히 진행되도록 수사 여건을 보장하고 일체의 외부 간섭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이 정쟁 싸움의 소재로 악용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날 박 전 단장이 법원 출입 논란을 빚을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범계·박주민·박용민 의원 등은 현장에 나타나 박 전 단장과 대화를 나눴다. 민주당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 외압 의혹을 공수처가 수사해야한다며 조만간 고발 조치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단장 영장심사 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