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국립외교원 설립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외교관들이 분명한 가치관과 역사관, 국가관에 기초해 외교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립외교원이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외교 노선의 모호성은 가치와 철학의 부재를 뜻하며 상대에게 예측 가능성을 주지 못하는 외교는 신뢰도, 국익도 결코 얻지 못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외교 활동에 나서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한미동맹 약화와 한일 관계 파탄, 종전선언 추진 등 전 정부의 외교 대북 기조를 강하게 비판해온 것과 맥이 닿은 언급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를 규탄하며 대정부 투쟁에 나선 야권 세력을 겨냥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특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뒷받침해 온 원동력”이라며 “그러나 지금 우리의 자유는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 아직도 이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일 협력 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 그리고 규범에 입각한 국제 질서를 존중하는 나라들과 함께 안보와 경제, 정보와 첨단 기술의 협력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연구 조직 체계를 일신하고 현장 외교관들과 활발히 교류하여 살아있는 연구 성과물을 도출하고 국제적 위상을 가진 글로벌 싱크탱크로도 커나가기를 기대한다”며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외교관, 국제정치 석학들과 소통하면서 대한민국 외교에 통찰을 주는 담론을 형성하고 이끌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나라의 외교 역량은 외교 인력에 의해 판가름이 나고 외교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외교관 후보자들이 능동적으로 교육에 임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과정을 개발하고 효율적인 경쟁 시스템을 구축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외교 지평을 넓히고 글로벌 중추 외교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외교관의 충원과 양성 과정에서부터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며 “특수 언어 능통자, 전략 지역 전문가를 민간 영역에서도 적극 영입해서 교육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 후 신임 외교관 후보자 38명과 간담회를 했다. 윤 대통령은 후보자들에게 글로벌 중추 국가 외교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주역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 노력해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외교관 후보자들이 국제사회에서 자유·인권·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단호하고 의연하게 실현해 나가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아 국립외교원 정원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반송 한 그루를 심었다.
이날 기념식에 박진 외교부 장관, 국회에서는 김석기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이상민 민주당 외교통일위원회 위원, 대통령실에서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