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초 러시아 위성 개발 업체인 ‘스푸트닉스’의 내부망을 해킹해 초소형 위성체 관련 기술 등을 빼낸 것으로 6일 확인됐다. 북한은 러시아 최대 전차 생산 업체인 ‘우랄바곤자보드’, ‘러시아판 패트리엇’으로 알려진 S-300 등 지대공 요격 미사일 개발사인 ‘알마즈-안테이’도 해킹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러가 이달 중순 정상회담을 열고 대규모 무기 거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북한이 뒤로는 러시아의 기술을 탈취해왔다는 것이다.
본지가 입수한 사이버 보안 업체 ‘지니언스 시큐리티 센터’ 보고서 등에 따르면, 북한 해커 부대는 지난해 1~3월 스푸트닉스의 시스템에 침입할 수 있는 백도어(뒷문)를 몰래 설치해 다량의 정보를 빼낸 것으로 나타났다. 스푸트닉스는 러시아 우주연구소와 연계된 민간 위성업체다. 북한은 이 업체에서 초소형 위성체 관련 설계도 등 기술 일부를 빼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올해에만 두 차례 정찰위성이 탑재된 우주 발사체를 발사하는 등 우주 기술에 진전을 본 것도 이 같은 해킹이 한몫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2020년 5~8월에는 지대공 미사일 개발로 유명한 러시아 알마즈안테이사의 내부망을 뚫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커들은 이 회사의 내부망에 침입해 개발자들의 신상 정보와 미사일 부품 정보 등 각종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019년 중순에는 러시아의 3.5세대 주력 전차인 ‘T-14 아르마타’ 등을 개발·생산하는 우랄바곤자보드의 설계 도면을 해킹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극초음속·ICBM 등 첨단 무기 관련 방산 업체들도 수년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해킹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의 방종관 전력개발센터장은 “북한에 러시아는 최고의 무기 판매처이자 우방이지만 동시에 기술 탈취의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