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East Asia Summit)에 참석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은 중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위반이자 EAS 참석국 모두를 타격할 수 있는 실존적 위협”이라며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준수를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EAS 회원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제재 결의 채택 당사자인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책임은 무겁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JCC)에서 열린 ESA 발언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의 핵 개발 의지보다 이를 저지하려는 국제사회의 결의가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은 불법적인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로 인해 유엔 안보리로부터 가장 엄격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받고 있다”며 “따라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안보리 제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핵, 미사일 개발의 주요 자금원인 가상자산 탈취, 해외노동자 송출, 해상환적 등 북한의 불법 행위를 적극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북한 독재정권의 권력유지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실상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는 곧, 북한의 인권 문제”라고 했다.
EAS는 역내 주요 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협력체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 10국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인도, 호주, 뉴질랜드 등 18국이 참여한다. 이날 회의엔 중국에서 리창 총리가, 러시아에선 세르게이 라바로프 외교장관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 헌장을 비롯한 국제법에 대한 위반 행위”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시 70여 년 전 불법 침략에 의해 국가 존망의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며 “(당시) 유엔과 국제사회가 함께 싸워준 덕분에 대한민국은 자유를 지켜내고 번영을 구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일을 거론하며 “(당시) 인도 지원, 안보 지원, 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연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며 “한국은 우크라이나 평화연대 이니셔티브를 충실히 이행하고 향후 우크라이나의 재건 복구 노력에 책임있게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법 원칙”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이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이 계속 번영하기 위해서는 역내 핵심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에서 규칙 기반의 해양 질서가 확립되어야 한다”며 “현재 협상 중인 남중국해 행동 준칙이 국제법의 원칙을 존중하는 가운데 각국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도록 수립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국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항행과 비행의 자유를 수호하면서 아세안과 해양 안보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미얀마에서 지속되는 폭력 사태와 그에 따른 인도적 위기는 아세안의 단결과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폭력 중단과 포용적 대화를 통한 아세안의 해결 방안을 지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미얀마 국민들의 열망이 조속히 실현되길 바란다면서 미얀마 국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적극 실시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의 관점이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같은 곳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지향하는 점에서 한·아세안의 전략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모두 포용, 신뢰, 호혜의 원칙에 따라 규칙 기반 질서 확립을 위한 연대를 추구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지난 8월 미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은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3국을 하나로 묶는 동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에 대한 책임감”이라며 보편적 가치에 따르는 규칙 기반 국제 질서 확립과 포용적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기여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