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인도 방문 마지막날인 10일(현지 시각) 20국(G20) 정상회의에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내년에 3억 달러를 지원하고 2025년 이후 2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하는 공적 개발 원조(ODA)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취임 후 ‘글로벌 중추 외교’를 내걸어온 윤 대통령이 한국의 구체적 역할을 국제사회에 공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열린 G20 정상회의 3세션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을 밝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무력 사용에 대한 금지를 확고한 법 원칙으로 정립하여 왔다. 이 원칙을 수호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우크라이나의 전쟁 종식과 평화 회복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지난 7월 키이우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면서 “앞으로도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안보, 인도, 재건 분야를 망라한 포괄적 지원 프로그램을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 “내년에는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무상 개발 협력, 국제금융기구를 통한 지원 등 3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고 20억 달러 이상의 중장기 지원 패키지를 마련하여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적극 돕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의 평화와 번영을 견인해온 근간이고 국제사회는 그동안 유엔과 다자통상 규범을 통해 세계의 평화와 경제성장을 도모하여 왔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는 팬데믹, 지정학적 갈등,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전례 없는 복합위기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미래를 위해서는 연대와 협력의 정신에 기초해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지키고, 강화해야 한다”면서 “보편타당한 규범은 굳게 수호하면서, 과거의 규범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개선 보완하고, 미래에 필요한 규범은 새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에 만들어진 제도와 규범은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개선하고 보완해야 한다”면서 다자개발은행(MDBs) 개혁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다자개발은행은 그간 빈곤 퇴치와 지속 가능한 발전의 촉매 역할을 수행하면서, 인류 공동 번영에 기여해 왔다”면서 “그러나, 기후위기 극복, 식량 에너지 안보 강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과 같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자개발은행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다자개발은행의 임무와 비전을 재정립하고 가용 재원을 확충하는 개혁 작업이 속도를 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은 G20 국제금융체제 분과 공동의장국으로서 다자개발은행의 재정적 여력을 확대하고, 저소득국에 대한 채무를 재조정하는 논의를 적극 이끌어 가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규범 마련 필요성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 기술 발전에 발맞춰 미래를 여는 새로운 규범을 준비해야 한다”며 “지금은 디지털 심화 시대이지만 동시에 디지털 격차, 사이버 범죄, 가짜뉴스는 세계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세계 시민의 공정한 접근권이 보장되고 나아가 디지털 기술이 세계 시민의 자유를 확대할 수 있도록 디지털 규범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지난 6월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인공지능(AI)를 포함한 디지털 질서 규범을 제정하기 위한 국제기구의 설립을 제안했다”면서 “대한민국은 이달 말에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하고 디지털 향유권을 인간의 보편적 권리로 천명할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쟁점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기준과 원칙을 제시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점에서 G20이 이번 정상회의 계기에 AI에 대한 국제 거버넌스를 마련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