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러시아를 방문 중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5일 하바롭스크주(州)의 산업도시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市)에서 전투기 생산 공장을 방문했다. 지난 13일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우주로켓 기술을 살펴본 데 이어 이틀 만에 재차 군사 시설을 찾은 것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전차탄 등 탄약을 대량 제공해준 대가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반의 인공위성, 핵잠수함 개발 기술, 전투기 지원 등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 관영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날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도착하자마자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으로 향했다. 그는 공장에서 만투로프 러시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수호이(Su)-35 다목적 전투기와 신형 여객기 수호이 수퍼젯(SJ)-100의 최종 조립 공정을 살펴봤다. Su-35 시험 비행도 참관했다. 만투로프 장관은 “김정은에게 우리의 선도적인 항공기 생산 시설을 보여줬다”면서 “항공기 제작과 다른 산업에서 협력할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기술 주권 달성 과제를 위해 아주 시의적절하다”고 했는데, 이는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이 상호 협력을 통해 서방 기술과 부품 지원 없이 군용기 등을 생산하는 공조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덱탸료프 하바롭스크 주지사는 “우리 아버지들과 할아버지들은 일본 군국주의와 싸웠고, 우리나라는 1950년대 미국 제국주의 야망에 맞서 싸우는 북한을 지원했으며, 오늘 우리는 서방 집단의 압력에 공동으로 맞서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이 도시에서 5시간여 머무른 후 전용 열차를 타고 남쪽으로 1150㎞가량 떨어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그는 16일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전략 핵잠수함(SSBN), 핵 추진 잠수함(SSN), 순항 미사일 핵잠수함(SSGN)을 운용하는 태평양함대 사령부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이곳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쇼이구 장관은 이미 사령부에 도착해 태평양함대의 주요 수리 시설인 즈베즈다 조선소를 둘러봤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북한은 수개월간 잠항하다 기습적으로 미사일을 쏠 수 있는 SSN 이상급 잠수함을 개발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