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상륙함에서 인천상륙작전 전승 행사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해군 상륙함 노적봉함에서 열린 인천상륙작전 전승 73주년 행사를 주관하며 기념사를 하고 있다. 1960년부터 열린 이 행사를 현직 대통령이 주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이 탑승한 가운데 인천상륙작전 재연 행사도 진행됐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인천상륙작전 제73주년 전승(戰勝) 행사를 주관하며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힘에 의한 평화를 구축하고,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히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인천항 수로를 항해하는 해군 상륙함 노적봉함에서 열렸다. 1960년부터 개최된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식과 상륙작전 시연을 현직 대통령이 직접 주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작전 성공 확률이 5000분의 1에 불과했던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물리치고 자유주의가 승리한 자랑스러운 역사이자 자유세계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상륙작전에서 적의 수류탄을 몸으로 막으며 산화한 고(故) 발도메로 로페스 미 해병대 중위, ‘절대 후퇴하지 않겠다’며 맥아더 장군을 감동하게 했던 백골부대 고 신동수 일등병 등을 호명하며 “이런 결연한 용기와 희생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했다.

시연 행사는 윤 대통령이 노적봉함에 탑승한 가운데 진행됐다. 인천상륙작전 때 중위로 참전한 이서근(101) 예비역 해병 대령이 영상 회고사에서 “그날 당직 장교였는데 이걸 제대로 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뛰어갔다”고 하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상륙기동부대 김영수 사령관의 상륙작전 준비 완료 보고를 시작으로 73년 전 열세이던 6·25 판세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 시연 행사가 진행됐다. 장병 3300여 명과 마라도함, 서애류성룡함 등 함정 20여 척, 마린온 등 헬기 10여 대, 상륙돌격장갑차(KAAV)와 특전단 고속단정 등이 동원된 역대 최대 규모의 인천상륙작전 재연 행사였다.

연합군 함대를 인천으로 인도했던 팔미도 등대에 불이 켜지자 함정에서 일제히 예포(함포)가 발사됐다. 정찰용 드론 3대가 상륙 지점 상공에 도달하고 해병대 침투용 고무보트와 상륙 돌격 장갑차들이 기동했다. 해상작전헬기 링스와 육군 아파치헬기,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등이 공중 지원을 하고 해군 공기부양정이 해안으로 돌격해 해병대원들 상륙을 재연했다. 상륙 지점에 대형 태극기가 게양되면서 시연은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해상 사열에서 거수경례로 답하며 장병들을 격려했다. 연합 상륙기동부대인 한국 마라도함, F-35B 스텔스 전투기를 최대 20대까지 탑재할 수 있는 미 해군 강습상륙함 아메리카함, 캐나다 해군의 호위함 밴쿠버함이 참여했다. 한국 서애류성룡함, 천지함, 윤영하함 등도 해상 사열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이 공산 침략에 맞서 우리 국군과 유엔군이 보여준 불굴의 용기와 투지, 희생정신을 기억하고 세계 시민이 평화와 번영을 노래하는 국제적인 행사로 승화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전쟁의 총성이 멈춘 지 70년이 지난 지금 자유와 평화는 다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대한민국 타격을 공공연히 운운하는 등 군사적 위협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또 “공산 세력과 그 추종 세력, 반국가 세력들은 허위 조작과 선전 선동으로 우리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대내외 안보 환경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기반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북한의 위협에 대한 압도적 대응 역량을 확보해 나가겠다”며 “우방국들과 단단하게 연대해 흔들림 없는 안보 태세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의 전승 행사 주관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참전 국군과 유엔군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자 하는 윤 대통령의 의지로 기획됐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사령관, 안병석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비롯해 6·25 전쟁 때 미군에 배속된 한국인 첩보 부대인 켈로부대(KLO) 장병 등 국내 참전 용사들이 참석했다. 미 해병대 대전차 포병으로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했던 빈센트 소델로(91)씨, 미국 해군 상륙함 레나위함을 타고 참전했던 알프레드 김(94)씨, 캐나다 구축함 카유가함을 타고 서해 해상 경비 및 피란민 보호 임무를 수행했던 도널드 포일(89)씨 등 해외 참전 용사들도 참석했다. 한미 장병들과 시민 1300여 명도 대형 수송함 독도함에 탑승한 채로 행사에 함께했다.

인천상륙작전 기념 전차들 행진 - 15일 인천 중구 경인로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 호국 보훈 거리 행진에서 국군 전차가 행진하고 있다. 경인로는 인천상륙작전 당시 최초로 상륙한 미 해병 1사단 5연대의 주 공격로였다. /뉴시스

이날 인천 월미공원과 자유공원에서는 맥아더 장군 동상 헌화를 비롯해 해군 첩보부대 전사자 추모식,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 위령비 헌화 행사 등이 개최됐다. 인천시는 오는 18일 송도에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빅터 차 교수,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안보 석좌 패트릭 크로닌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인천안보회의(ISC)도 개최한다. 이와 함께 인천시는 이날 2025년 75주년 인천상륙작전 기념행사를 참전 8국 정상을 초청하는 등 프랑스 노르망디상륙작전에 버금가는 대규모 국제행사로 추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초청 대상인 참전 8국은 한국·미국·영국·캐나다·프랑스·호주·뉴질랜드·네덜란드 등이다. 2차 대전의 전환점이 된 노르망디상륙작전 기념식은 매년 20여 국 정상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 행사로 치러진다.

한편 해군은 지난 14일 충남 태안 인근 해상에서 미국, 캐나다 해군과 다자 연합 훈련도 실시했다. 훈련에는 한국 해군 호위함 서울함, 미 아메리카함, 캐나다 밴쿠버함이 참가했다. 이번 훈련은 인천상륙작전 전승 행사에 아메리카함과 밴쿠버함이 참가하는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