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첫날부터 9국 정상과 차례로 만나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첫줄 왼쪽부터) 윤 대통령과 만나는 젤코 콤시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대통령위원장, 라닐 위크레마싱헤 스리랑카 대통령,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가운뎃줄 왼쪽부터) 에바리스트 은다이시미예 부룬디 대통령,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 알레산드로 스카라노·아델레 톤니니 산마리노 집정관. (마지막줄 왼쪽부터) 야코프 밀라토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 필립 조셉 피에르 세인트루시아 총리,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대통령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18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첫날부터 9국(國) 정상과 차례로 만나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지지를 요청했다. 양자 회담 결과가 하나씩 발표될 때마다 뉴욕 한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는 “어디에 있는 나라지?”라며 다소 생소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날 회담 상대국 중에는 2000년 국교를 맺은 산마리노를 비롯해 부룬디(1991), 몬테네그로(2006),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1995) 등 한국과 수교 후 첫 정상회담을 한 국가가 네 곳이나 포함돼 있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한 직후 뉴욕 시내에 마련된 공관으로 이동했다. 윤 대통령은 정오쯤 첫 회담국인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오후 7시까지 유엔본부를 오가며 릴레이 정상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을 만난 자리에서 “부산은 세계 제2위 환적항이자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관문”이라며 “부산 엑스포는 세계 최고의 디지털 기술로 엑스포 참가국들의 문화와 역사, 자원과 상품을 전 세계에 홍보하는 최적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스리랑카, 체코, 덴마크, 투르크메니스탄, 세인트루시아 등 9국과 회담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은 우리 공관에서 진행했다. 외교 소식통은 “보통 정상들이 남의 나라 공관에 가는 경우는 드문데, 그만큼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19일에도 콜롬비아, 가나, 모나코, 레소토 등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78차 유엔총회를 준비하면서 ‘엑스포 총력전’을 예고했다. 역대 정부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강행군에 참모들이 “일정이 너무 많다”고 만류하자 윤 대통령은 “나를 ‘회담 기계’라고 생각하고 필요하다면 회담을 다 잡으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유엔총회 행사나 만찬 등을 제외하고도 별도 회담 테이블에서 40국 이상 정상들과 만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오른쪽)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각) 뉴욕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지를 요청했고, 덴마크 총리는 “양국 간 녹색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자”고 말했다./뉴시스

윤 대통령이 미국행에 오르기 전에는 4박 6일 일정 중 양자회담은 25국이 확정됐고, 조율 중인 나라는 15개 정도였다. 하지만 뉴욕으로 오는 동안 양자 회담국이 추가 확정됐다. 김 수석은 이날 “윤 대통령이 38국 정상(18일까지 접수 기준)과 양자회담을 갖는 데 이어 그룹별 정상 오찬과 만찬을 연이어 주재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5~11일 인도네시아·인도 순방에서 20국과 양자 회담을 진행했었다.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40여 국과 추가로 회담하면 3주 만에 60여 국 정상을 만나는 셈이 된다. “‘한 달 안에 가장 많은 정상회담을 연 대통령’으로 기네스북 신청”(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부산 엑스포 개최 지지를 당부하면서 동시에 각국의 ‘민원성’ 협력 방안 등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필립 조셉 피에르 세인트루시아 총리에게 “최근 세인트루시아가 요청한 크리켓 경기장 보수, 청소년 훈련 차량 사업에 대한 지원이 신속히 추진될 것”이라고 했고, 피에르 총리는 “크리켓 경기장 전광판 보수 지원은 내년 크리켓 월드컵 행사 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세인트루시아는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있는 섬나라로 인구는 18만명이다. 대통령실 한 참모는 “윤 대통령이 세계지리 수업에서나 들어봤을 것 같은 국가의 정상들도 가리지 않고 만나 적극적으로 맞춤형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산마리노의 알레산드로 스카라노·아델레 톤니니 집정관들과 만났다. 이탈리아 내륙에 위치한 산마리노는 고대 로마 공화정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6개월마다 의회에서 선출된 집정관 2명이 공동 통치하는 체제를 택하고 있다. 인구가 전남 강진군과 비슷한 3만3000여 명의 소국이지만, 엑스포 개최지 투표권을 가진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이다. 두 집정관은 회담에서 “앞으로 이중 과세 방지 협정, 투자 보장 협정 등 양국 간 경제협력에 필요한 법적 틀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관광 협력 양해각서(MOU)가 조속히 체결돼 관광 분야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아프리카 중부 내륙국인 부룬디의 에바리스트 은다이시미예 대통령에게 “농업, 보건 등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며 내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한·아프리카 정상 회의에 참석해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첫 양자 회담 상대인 라닐 위크레마싱헤 스리랑카 대통령과는 현재 협의 중인 ‘한·스리랑카 기후변화 협력 협정’을 조속히 체결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수소 경제 발전과 고속철도 건설 등 체코가 역점 추진 중인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해 나가자”고 했다. 또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해상 풍력, 해운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과 프레데릭센 총리는 작년 6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 회의에서도 양자 회담을 했었다. 윤 대통령은 또 남유럽 발칸반도 서부에 있는 몬테네그로의 야코프 밀라토비치 대통령과 만나 양국이 준비 중인 ‘경제협력 협정’뿐 아니라 ‘전략적 협력 문서’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알카닥 신도시 건설 사업에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이 참여해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젤코 콤시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대통령위원장과 만나 “최근 합의한 경제협력 협정을 기반으로 양국 협력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