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뉴스1·노동신문

정부는 21일 러시아 등 3국과의 무기 거래 및 핵·미사일 개발 등에 관여한 혐의로 강순남 북한 국방상 등 개인 10명과 기관 2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러·북이 정상회담을 통해 안보리 제재를 뛰어넘는 수준의 군사 협력 의지를 과시한 가운데, 독자 제재를 발동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유감을 표명한 상태다.

이날 외교부가 발표한 제재 대상에는 최근 김정일을 수행해 러시아를 방문한 강순남 국방상, 핵·미사일 연구 개발을 담당하는 국방과학원의 리성학 책임비서 등이 포함됐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도 제재한 슬로바키아 무기 거래상 아쇼트 므크트리체프와 그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 ‘베르소 S.R.O’도 이름이 올랐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베르소 S.R.O사는 올해 3월 북한과 러시아 간 무기 거래를 중재했고, 탄약을 북한에서 러시아로 넘기는 대신 러시아로부터 식량·자재를 북한에 보내는 계획을 조율했다.

외교부는 “지속적인 대북 독자제재 부과를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무기 거래를 포함한 대북제재 위반·회피 활동을 차단하려는 국제사회 노력을 선도할 것”이라며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의 불법 활동을 좌시하지 않고 엄중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이 지난해 12월 북·러 무기 거래 의혹을 폭로한지 1년이 다 되가는 동안 외교부는 “예의주시한다” “엄중히 경고한다”는 공식 입장(PG)만을 기계적으로 반복해왔다. 또 북·러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우주기지를 방문해 정찰위성 관련 협력을 공언하고, 김정은이 안보리가 대북 수출을 금지하고 있는 ‘자폭 드론’을 선물받았는데도 “제재 가능성이 있다”고만 언급해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이 소극적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지난 19일 오후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안보리 결의 준수와 ‘책임있는 행동’을 당부하면서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외교부 관계자는 21일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 아래 필요한 대응을 계속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주한 러시아 대사관은 21일 공개한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러시아를 비판한 윤석열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의 리더십은 냉철(sober)하고 객관적인 상황 평가에 따라 행동하라” “반러시아 노선이 가져올 결과를 고려하라”고 했는데 대사관이 입장문을 통해 주재국 대통령의 연설을 콕 집어 비판한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