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한덕수 대한민국 국무총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하는 2023 아시안게임 참석을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을 할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작년 11월 윤석열 대통령이 시 주석과 정상 회담을 한 이후 10개월 만에 한국 최고위급 인사가 시 주석을 만나는 것이다. 지난 7일 윤 대통령과 리창(李强) 중국 총리가 회담을 한 지 보름여 만에, 이번엔 한국 총리와 중국 최고 지도자가 만나는 모양새다. 한·미·일 협력 강화와 북한·러시아 밀착 국면에서, 한·중 지도부가 경색된 양국 관계를 풀어야 한다고 보고 최고위급 접촉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한 총리가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시 주석과 양자 회동을 하는 방안을 중국 측과 논의 중”이라고 했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화춘잉 대변인 발표문에서 시 주석이 개막식에 참석한 외국 지도자들을 위한 환영 행사를 열고 양자 회담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담의 구체적 일시와 의제는 양국 간에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두 사람이 개막식 전에 회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시 주석을 만나면 2019년 12월 중국 청두 회의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연내에 한국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뜻을 전하면서 시 주석의 방한도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중국에선 한·중·일 정상회의에 총리가 참석해온 만큼, 정부는 별도로 시 주석 방한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1일 “시 주석 방한을 외교적으로 풀어서 방한을 성사시켜보겠다”고 했다.

양국 최고위급 접촉이 이어지는 것은 최근 한·미·일 3국 협력 강화와 북한·러시아 밀착 국면에서 한·중 양국 정부가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북·중·러, 중국은 한·미·일 결속 구도에 각각 여유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략적 이해가 맞물린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대중(對中) 외교 활성화에 나섰다. 이와 관련 한 총리는 최근 자신의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에 대해 “한·중 관계가 잘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하나의 시그널(신호)로 받아들여도 좋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중국을 향해 관계 개선에 나서자는 메시지를 꾸준히 내보이며 접근해가자, 중국 측도 성의를 보이는 분위기다. 25일 서울에서 한·중·일 외교부 부국장급 회의에 이어 26일엔 3국 차관보가 참석하는 고위급 회의(SOM)가 열리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안보 소식통은 “중국은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는 물론 동북아시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도 견제해야 할 필요를 느낄 것”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한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흐름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