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뉴욕 방문 마지막 날인 22일(현지 시각)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까지 이라크, 세르비아,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정상과 잇달아 양자 회담을 하며 2030 세계 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한 외교전을 펼쳤다.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도착한 첫날부터 9국(國)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했을 때처럼 회담장이 차려진 주유엔 한국대표부는 각국 정상들 맞이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윤 대통령은 뉴욕에서 4박 5일간 총 41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마치고 이날 전용기인 공군 1호기 편으로 JFK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그래픽=김현국

윤 대통령은 정상들에게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을 전 세계 시민들에게 공유하고 그 혜택을 나눠줘 인류 평화와 지속 가능한 번영의 토대를 만들어내는 게 부산 엑스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는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장소가 아니다. 연대의 장이다. 월드컵이나 올림픽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장에서 정상들에게 부산 홍보 책자를 직접 전달하기도 했고, 회담장 곳곳에는 ‘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됐다)’ ‘Solidarity(연대)’라는 슬로건이 내걸렸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이 국익을 위한 소리 없는 전장에 선 야전 사령관으로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폭풍 일정을 소화했다”며 “폭풍 외교의 끝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치열하고 숨 막히는 외교전이 뉴욕에서 벌어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몬테네그로, 산마리노, 북마케도니아, 부룬디, 모리타니아, 에스와티니 등 9국과는 수교 이후 최초로 정상회담을 했다. 또 21일에는 카리브해 연안 국가들로 구성된 카리브 공동체 회원국 정상들과 만찬을 한 데 이어, 22일 출국 직전에는 태평양 도서국 정상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부산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가 유치 경쟁을 벌이는 2030 엑스포는 11월 말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 189국 투표로 개최지가 선정된다. 윤 대통령이 이번 뉴욕 순방 기간 양자 회담을 한 41국은 BIE 회원국의 22%에 해당한다. 윤 대통령이 이달 초 인도네시아·인도 순방에서 양자 회담을 한 20국을 더하면 한 달 동안 BIE 회원국 32% 정상들과 만나 부산 엑스포 유치에 나선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가 나오지 않을 경우 1·2위 후보 간 2차 결선투표가 치러지는 만큼 한·사우디 간 2차 투표로 끌고 간다면 윤 대통령의 이러한 ‘대면 외교’가 더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하루에만 양자 회담을 10번 하며 경제 분야 등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을 만나 한국도로공사가 참여하는 에콰도르 3대 도시 연결 고속도로 건설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이어 카리브해 섬나라인 세인트키츠네비스의 테런스 드루 총리와 회담을 갖고 “올해 동카리브국가기구(OECS) 의장직을 맡은 세인트키츠네비스가 한국과 동카리브 지역 간 협력을 확대하는 데 기여해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와 함께 파라과이의 산티아고 페냐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남미 시장의 관문인 파라과이가 한·메르코수르(남미 공동 시장) 무역협정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호혜적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서아프리카 국가인 시에라리온과 기니비사우 정상과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