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성남 서울공항과 서울 도심(시가 행진)에서 실시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 행사에는 고위력 탄도미사일과 스텔스 무인기, 국산 장거리 요격미사일 L-SAM 등 한국군의 첨단 신무기들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특히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 무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30분 내에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등을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날아오는 북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체계, 북 핵공격을 받았을 때 북 지역을 초토화하는 대량 응징 보복(KMPR)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고위력 미사일은 KMPR의 핵심 무기다. 이날 공개된 현무-4급(級) 미사일은 탄두 중량 2t급으로 2021년 9월 영상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실물을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 단거리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은 1t 이하다. 군은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탄두 중량(8~9t)을 자랑하는 ‘괴물 미사일’ 현무-5도 개발했지만 이날 공개하지는 않았다. 현무-5는 1발로 주석궁이나 금수산태양궁전, 지하 100m 이하에 있는 ‘김정은 벙커’를 무력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소식통은 “현무-5는 북한이 추가 고강도 도발을 할 경우 공개하는 일종의 ‘히든 카드’로 남겨두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패’에 해당하는 KAMD를 구성하는 미국제 패트리엇 미사일과 국산 천궁2 및 L-SAM도 등장했다.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L-SAM은 최대 50~60㎞ 고도에서 북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한국판 사드(THAAD)’로 불린다. 발사대 1기에 6발의 미사일이 탑재돼 있다. 앞으로 최대 요격 고도를 100㎞로 높여 미국 사드에 육박하는 개량형도 개발된다.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급감과 미래전 양상에 대비하는 무인기와 무인 함정 등 무인 무기와, 이를 활용한 유무인 복합 운용 체계 ‘멈티’(MUM-T) 무기가 등장한 것도 주목받았다.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MUAV)와 차기 군단급 무인기도 공개됐다. 최근 양산이 결정된 MUAV는 최대 100㎞ 떨어진 표적을 감시할 수 있고, 앞으로 미 무인 공격기 리퍼처럼 대전차 미사일과 정밀 유도 폭탄 등도 장착하는 무인 공격기로 개량될 것으로 알려졌다.
가오리 형상의 소형 스텔스 무인기와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 우크라이나전에서 활약 중인 자폭 드론과 비슷한 자폭형 무인기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소형 스텔스 무인기는 북한이 지난해 12월처럼 소형 무인기 도발을 할 경우 평양 상공까지 침투해 사진을 찍어온 뒤 공개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해검 등 무인 수상정과, 최대 1개월가량 물속에서 북 잠수함 등을 감시할 수 있는 무인 잠수정도 등장했다.
해군 최신예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도 VR(가상현실) 등으로 재현돼 시가 행진에 등장,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7월 진수한 정조대왕함은 만재 배수량 1만t급 이상으로 함대지(艦對地) 순항 미사일, ‘해궁’ 국산 요격 미사일, 미국제 SM-6 요격 미사일 등으로 무장할 예정이다. 첫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로 개발 중인 KF-21 비행은 날씨 상황 때문에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