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조선일보 정치부 노석조(盧錫祚·41)기자입니다. 우물 밖[外]의 책과 세상 이야기[說]를 나누는 뉴스레터 ‘외설(外說)’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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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사 전략가 앤드류 그레피네비치의 최신작 ‘승리의 기원 : 파괴적 군사 혁신은 어떻게 강대국의 운명을 결정지었나'. 예일대 출판부에서 올해 3월 21일 출간했다. 총 568페이지.

◇美 전투병력이 韓군사퍼레이드에 동참

정부와 군이 26일 건군 75주년 국군의날(10월1일) 기념해 서울 숭례문에서 광화문 광장까지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Military parade·시가행진)’를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이후 10년 만의 시가행진이었습니다. 특히 올해는 6·25전쟁 정전(停戰·7월 27일) 직후인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공식화된 한미동맹 70돌을 맞아 창군 이래 처음으로 미군 전투병력 300여명이 국군과 나란히 퍼레이드를 펼쳤습니다. 미군이 다른 나라 해군 관함식이나 공군 에어쇼에 군함이나 전투기를 보내는 건 종종 있지만 지상 병력을 참가시키는 건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미국에 한국이란 동맹은 특별하고, 7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각별한, 아니 어쩌면 과거보다 더 중요하고 긴밀하게 힘을 합쳐야 할 전략적 파트너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군은 이번 퍼레이드에 북한에 보란 듯이 우리 군이 보유한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4, ‘한국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L-SAM, K-2전차 ‘흑표’, K-9자주포 등을 등장시켰습니다.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MUAV) 등도 선보였습니다.

26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군 시가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오종찬 기자

북한은 태양절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열병식을 열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각종 신무기를 내놓으며 위협을 했는데요. 군은 이번 시가행진을 통해 우리 국민을 비롯해 대내외에 우리가 북한에 맞설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알리려고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주한미군의 시가행진 동참도 한국군은 세계 최강군대인 미군과 ‘하나’돼 있다는 점을 거듭 알리려는 전략적 메시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득 이날 광화문 일대를 메운 국군을 보다 미군이 퍼레이드를 하면 어떤 무기들이 등장할까 하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더불어 보다 근원적으로 미군은 어떻게 세계 최강군이 됐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봤습니다.

◇강한 이스라엘? 최강국 미군의 비밀은?

앤드류 그레피네비치(73).

그래서 이번 ‘노석조의 외설’에서는 미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하버드대에서 석·박사를 하고 웨스트포인트 교수를 지낸 군사 전략가 앤드류 그레피네비치(73)의 최신작 ‘승리의 기원 : 파괴적 군사 혁신은 어떻게 강대국의 운명을 결정지었나(The Origins of Victory: How Disruptive Military Innovation Determines the Fates of Great Powers)’의 핵심을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2015~2017년 예루살렘·중동 특파원을 마치고 아이언돔 부대, 9900첩보부대 등 다수의 이스라엘 군 부대 취재를 바탕으로 2018년 12월 ‘강한 이스라엘 군대의 비밀’이란 책을 출간했습니다. 인구 900만 정도의 작은 나라가 인구만 따져도 30배는 족히 되는 적국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어떻게 4차례의 중동 전쟁에서 백전백승을 하고 1인당 GDP가 5만 달러로 한국·일본 등을 크게 앞서는지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이스라엘 여군이 예루살렘에 있는 국군묘지에서 국기를 꽂는 모습.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이후 미군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추적을 했는데요. 최근 그레피네비치 박사의 ‘승리의 기원’을 구해 읽으면서 “이야~진짜”하며 “딱!”하고 무릎을 몇번이나 치며 감탄을 했습니다. 언제 어떻게 기사로 쓸까 했는데요, 이번에 풀어놓을까 합니다. 이 책은 올해 3월 21일 예일대 출판부에서 펴냈고요, 총 568페이지에 달하는 대작입니다. 아직 한국어로는 번역이 되지 않았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노석조의 외설’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미번역 신간 외서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번역서는 이미 국내 수많은 신문 기자들이 한국어로 읽고 서평 기사를 쓰고 있으니까요. 저는 다른 기자들이 하지 않은 부분을 책임지려 합니다.

◇판을 바꾸는 무기 내놓은 미국

영국 전함 HMS 드레드노트(1906년).

저자 그레피네비치는 ‘승리의 기원’에서 미국이 20세기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리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전략 무기를 가장 먼저 개발한 나라라고 분석합니다. 적이 강한 무기를 만들면 그것보다 압도적으로 강력하거나 전혀 다른 방식으로 무력화해버려 우위를 점하는 ‘상쇄전략(Offset Strategy)’의 대가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영제국이 20세기 초 드레드노트(dreadnought) 전함을 만들어 ‘바다의 제왕’이 됐을 때 미국은 항공모함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 전쟁을 주도하게 됐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사실 배에서 비행기를 띄우는 항공모함의 시초는 1940년대 미국과 맞붙었던 일본이었지만, 이 항공모함을 초기부터 제대로 키워 전략적으로 활용한 나라가 미국이었다는 것입니다. 항공모함이 없었다면, 아무리 첨단 스텔스기와 정확도 높은 순항미사일이 많더라도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적대 세력을 적시에 때릴 수 없었을 것이고, 전 세계를 주무를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 그는 1991년 걸프 전쟁이 지난 30년간 미군이 세계 최강군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결정적 사건으로 제시합니다. 소련이 해체되는 상황에서 미군이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상대로 ‘족집게 타격’을 하는 크루즈 미사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것입니다.

미군의 핵탄두 장착 토마호크 순항(크루즈)미사일. /미 해군

당시 다른 나라뿐 아니라 미국의 주류 군사 전문가들도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하면 최소 수개월간 전쟁이 지속되며 베트남 전쟁 때와 못지않은 인명 피해가 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미군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위성 통신 장비, 정확한 타격 지점 설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타격률의 미사일 공격을 통해 이라크의 방공망을 사전 파괴하고 이후 전투기와 지상병력을 통해 이라크를 삽시간에 점령해버렸습니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 칼빈슨호. 미국은 1982년 취역한 칼빈슨호 등 니미츠급 10척과 엔터프라이즈급 1척 등 11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한 세계 최대 항공모함 운용국이다. /미 해군

정밀 타격 미사일 공격은 이후 미국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고, 모든 나라의 교본이 되었습니다. 지난 30년간 중국, 러시아는 물론이고, 북한까지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개발에 혈안이 된 것도 미국이 걸프전쟁에서 보여준 승리의 비결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걸프 전쟁에 앞서 미국이 1945년 전쟁을 벌이던 일본에 원자폭탄을 개발해 투하하며 즉각 항복을 받아낸 ‘역사’도 저자는 빼놓지 않았습니다.

항모, 핵폭탄, 족집게 미사일 등 첨단 무기와 전쟁 전략을 미국이 선도했기 때문에 지금의 세계 최강군이 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따라온 중국, 초격차 노리는 미국

중국 열병식 장면. /연합뉴스

‘승리의 기원’은 예리한 지적을 합니다. 미국이 지난 30년간 주도한 ‘정밀 타격 전술’은 이미 러시아를 비롯해 특히 중국이 상당 수준까지 따라잡았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중국은 이미 미국과 같이 여러 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고, 온갖 종류의 탄도미사일, 그리고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이 후 미국을 승리로 이끌었던 핵심 무기들을 중국도 다 갖고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미국이 압도적 우위에 있던 전략자산들을 중국, 러시아도 동등하게 보유함에 따라 미군의 독보성은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란이나 북한 같은 데마저 핵 개발을 하고 갖가지 탄도미사일 보유하고 있으며, 이제는 정확한 타격 좌표 설정과 순항미사일 운용을 위해 군사정찰위성까지 시도하고 있습니다.

2021년 9월 미 F-35 스텔스기에서 투하된 미 최신형 전술핵폭탄 B61-12 모의탄이 가상 표적에 탄착하고 있다. /미 국방부
B61-12 핵폭탄을 투하하는 F-35A 스텔스 전투기. /미국 샌디아 국립연구소

1등 강군의 지위에 도전하기 위해 수많은 후발 주자들이 뒤따르고 있으며, 걔중 중국 같은 몇몇 나라는 아직 완전히 견줄 정도는 아니지만 1등이 버거워할 만큼의 웬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와 관련 “중국이 당장 미국은 이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미국의 공격에 맞설 정도의 역량은 갖추게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이 미국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나라가 됐다는 뜻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미국도 그 현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요. 그래서 미국은 과거 빠르게 군수 물자를 나르는 철도가 전쟁 양상을 바꿨듯이, 신속 통신이 가능한 텔레그램이 첩보전을 이끌어 전쟁 승패를 갈랐듯이, 항공모함, 핵무기, 정밀타격 전술이 각각 시기마다 미국을 최강국으로 이끌었듯이 미래의 전쟁에서도 승리를 가져다줄 ‘신무기’ ‘비장의 전술’을 찾고 있고, 개발 중에 있다고 말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백악관에서 반도체 업계 대표들과 화상 회의를 하는 도중 실리콘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수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이용되는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광범위하게 통제하는 새로운 제재 조치를 시행했다. /AP 연합뉴스

흥미로운 건 저자는 그것이 AI(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합성 생물학 등이 될 수 있다고 넌지시 가리키면서도 딱 꼬집어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서 6·25전쟁 시기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명언을 인용합니다. “내가 전쟁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소. 어쩌면 이거 하나밖에 없을 지도 모릅니다. 그건 바로 전쟁이란 예상 가능하게 나타나는 게 없다는 것이오. 전쟁은 항상 다르게 전개된다오.”

미국이 중국과 4차 산업 분야 등에서 기술 패권 전쟁을 벌이고 반도체, 2차 배터리 등 첨단 분야에서 우방에조차 양보를 잘 하지 않고 우위에 서려는 것도 어쩌면 앞으로 전쟁의 핵심이 이런 분야와 맞닿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승리의 기원’을 읽으면서 미군이 열병식을 했다면 AI, 양자컴퓨터 등을 활용한 신형 무기 체계가 등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레피니비치가 ‘승리의 기원’ 서두부터 결말에 걸쳐 밝힌 대목이 의미심장합니다.

“파괴적 혁신은 퀀텀 점프를 가능케 하고 그 결과 힘의 균형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그것이 미국이 지난 시기 세계를 제패한 비결이다. 미래의 패권도 파괴적 혁신을 누가 이뤄내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이상 ‘노석조의 외설’이었습니다. 풍성하고 여유로운 한가위가 되길 소망합니다. 이번 연휴에는 북한의 도발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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