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 총회에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중단과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는 공동 메시지를 냈다. 한미일 3국이 다자외교 무대에서 공동발언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캠프 데이비드 협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3국 정상은 안보를 비롯해 전방위적 협력·공조 체계를 갖추기로 합의했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일이 북핵 대응에서의 강력한 공조 의지를 국제사회에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 대표인 함상욱 주오스트리아 대사는 29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총회에서 178개 회원국 대표가 모인 가운데 한·미·일 3국 공동발언을 대표로 읽었다.
3국은 지난 30여년간 북핵 문제가 여전히 지속하고 있는 데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처를 할 것을 촉구했다.
3국은 이날 IAEA 회원국들이 컨센서스(표결없이 합의)로 북한의 핵프로그램 중단 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점을 강조하면서 “컨센서스 채택은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북한의 불법적이고 무책임한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더는 용납해서는 안 될 것이며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3국은 어떤 조건 없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면서 “북한은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해야 하며 민생을 돌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IAEA 회원국들이 채택한 북핵 관련 결의안은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는 것이 골자다.
최근 북한의 핵 활동 증가 징후를 지적한 IAEA 사무총장의 보고서 내용에 주목하고, 6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이를 위한 IAEA의 검증 활동인 세이프가드를 북한이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이 결의안이 컨센서스로 채택되도록 회원국들의 협상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한미일 3국 공동 성명은 북한의 7차 핵심험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나왔다. 북한은 7차 핵실험에서 대남 타격용인 전술핵탄두를 폭파 시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올해 모의 전술핵탄두를 공중, 또는 수중 폭파하는 시험은 했지만, 아직 실제 전술핵탄두를 시험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지난 3월 ‘화산-31′이라는 이름의 전술핵탄두를 전격 공개했다.
북한은 1985년 NPT에 가입한 이후에도 핵 개발을 진행하다 2003년 1월 NPT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IAEA는 핵시설이나 핵물질을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하지 않도록 독립적으로 검증하는 세이프가드를 NPT 당사국들이 이행하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북한이 IAEA의 활동을 거부하면서 북한 핵시설에 대한 현장 검증 활동도 중단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