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부대에선 1개월 늦게 들어와도 후임인데, 다른 부대에선 6개월 차도 동기로 묶는대요. 뭐 이런 게 다 있나요?”
“전체 복무 기간이 18개월인데, 6개월 단위로 동기를 만들면, 누가 지시하고 누가 따르나요? 여기 군대 맞나요?”
“하루든 몇 개월이든 다 좋습니다. 그냥 일관된 기준을 부대 전체에 적용해주십시오.”
군 동기제가 부대별로 제각각이어서 논란이다. 복무 중인 장병은 물론 예비역 병장 다수들이 최근 군 생활 여러 문제로 ‘고무줄 동기제’를 꼽았다고 군 전문 컨설팅업체인 ‘같다 커뮤니케이션(같다컴)’이 밝혔다.
같다컴이 운영하는 군생활 소통커뮤니티 앱 ‘마편(마음의 편지)’에서는 지난 6개월간 올라온 약 1700개의 글 가운데 군 생활관 동기를 묶는 기간이 부대별로 천차만별인 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복지 개선과 함께 가장 많았다. 특히 전역 병장들은 군에서 누구랑 어떻게 ‘동기’가 되느냐가 안정된 군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면서 부대마다 다른 동기 편성 기준을 정리할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한다.
군은 선후임병 갈등을 개선하기 위해 선후임이 함께 지내는 종전 생활관 제도 대신 동기들끼리 지내도록 생활관 제도를 개편했다. 계급에 따른 위화감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부대별로 동기를 정하는 기준이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로 다 달라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동기제 개선 정책을 시행하면서 부대별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로 동기 편성 기준을 획일화하지 않고 각 부대 지휘관에 기준 결정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느 부대에서는 6개월 단위로 동기제를 시행해 이등병과 일병, 또는 일병과 상병 같이 계급이 다른데도 동기가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계급별 복무기간은 이등병(2~3개월), 일병(6개월), 상병(6개월), 병장(3~4개월)이다.
마편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우리 부대는 1개월 동기제여서 무조건 자기보다 늦게 오면 후임이었음. 동기제 통일글이 올라왔던데 내 생각도 그러함. 전군이 통일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음. 왜냐하면 어떤 곳은 1개월하고 어떤 곳은 3,6개월 하면 어떤 사람은 3개월 하고 싶은데 1개월 하는 이상한 부대로 왔네라는 생각을 안 하게 됨.”
“제가 복무했던 부대도 6개월 동기제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3개월 동기제도 크다고 생각하지만 겪어본 적이 없기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힘들 거 같지만, 6개월 동기제는 정말 문제가 많았습니다. 1월 입대자랑 6월 입대자가 동기이고 7월 입대자랑 12월 입대자가 동기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입니다. 또 7월 1일에 입대한 사람이 12월 31일에 입대한 사람과 동기인데 6월 30일에 입대한 사람과는 선후임 관계가 됩니다. 정말 부대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지요”
“저희 부대는 사람이 없어서 1개월 동기제였지만 다른 부대들을 보면 3개월, 6개월 동기제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 저는 이제 전역해서 상관없지만, 생각보다 병사들끼리의 견해차나 그런 불상사들이 은근히 많이 생깁니다. 저희 대대장님도 3개월 동기제를 시행하고 싶으셨으나 병사들이 반발해서 되지 않았습니다. 3,6개월 동기제를 시행하는 것이 좋은지, 1개월을 하는 것이 좋은지 통일해서 전군에 시행했으면 좋겟습니다”
동기 편성 기준이 부대 지휘관에 위임되면서 같은 부대라도 어떤 지휘관이 오느냐에 따라 뒤바뀌는 경우도 생겼다. 지휘관이 바뀌면 동기 편성 기준도 바뀌어 어느 날 선후임 관계가 동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동기였다가 갑자기 선후임 관계로 나뉘기도 한다는 것이다. 마편에는 다음과 같은 증언들이 올라왔다.
“나는 1개월, 3개월, 6개월 동기제 다 겪어봤음. 일병 때 갑자기 3개월 동기제 해버림ㅋㅋ 그러더니 상병 2호봉인가 그때 6개월 동기제 해버림. 갑자기 동기가 한 30명 넘게 생김. 중대 막내일 때 1달 동기제도 해보고 짬 좀 차서 6개월 동기제도 해보고 지금은 전역했는데 6개월 동기제는 진짜 말도 안 됨”
“우리부대는 내가 군생활하는 도중 3개월 동기제에서 6개월 동기제로 바뀌었다. 갑자기 후임들이 동기로 바뀌고, 5개월이나 6개월 차이나는 신병들도 동기가 되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 됐다.”
합참 공보실장을 지낸 예비역 육군 대령인 엄효식 같다컴 대표는 “동기제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부대별, 지휘관별로 동기 편성 기준이 달라 생기는 혼선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기제 등에 따른 병사들간 갈등, 업무 비효율 문제는 전투력 문제로도 이어진다”면서 “건전하고 협력 가능한 생활관 환경이 조성되도록 군이 서둘러 챙겨야 한다”고 했다.
박성진 안보22 대표도 “해·공군은 대체로 한달에 한번꼴로 각 신병 기수들이 배치되지만 육군은 신병 충원이 제각각이어서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이라면서 “육군은 덩치가 큰 조직이어서 유연한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사실상 방치된 측면이 있다. 지금이라도 육군본부 차원에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엄 대표는 끝으로 다음과 같은 한 전역병의 글을 소개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돌아보니, 많은 선 후임들을 거쳤지만 제일 기억에 남은 건 누구보다 내 편이 되어주었던 동기였던 거 같습니다. 함께 있으면 즐겁고 얼굴만 봐도 즐겁고 때로는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곤 했지만, 그마저도 돌아보니 그저 추억으로 남네요. 군대 안에서 동기는 말 그대로 전우라고 할 수 있고 사회로 따지면 친구라고 볼 수 있지요. 동기들과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하면 정말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선임병, 후임병들과 친하게 지내더라도 동기만큼 편하고 끈끈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