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이 견뎌줘서 고맙고 대견하다. 내년 1월 전역할 때는 부디 좋아하는 축구를 다시 할 수 있을만큼 회복되길 바란다. 달려라 표 병장!”

표정호(왼쪽) 병장이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통합병원 안마당에서 한덕수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다. 표 병장은 지난해 10월 전방부대에서 작업하던 도중 대인지뢰가 터져 한때 발목 절단을 고민했지만 17시간 수술 끝에 발목 보전에 성공했고, 1년여 재활을 거쳐 다시 두 발로 서게 됐다. /한 총리 페이스북

3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통합병원. 한덕수 국무총리, 신범철 국방부 차관, 석웅 병원장과 의료진 수십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표정호(22) 병장이 시속 5km의 빠른 걸음으로 병원 안마당을 완주하는데 성공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가벼운 제자리뛰기 시범도 선보였다. 참석자들은 표 병장을 응원하며 박수 갈채를 보냈고, 한 총리도 표 병장을 포옹하며 덕담을 건넸다. 현장에선 “총리와 표 병장이 신랑, 신부처럼 나란히 걷는 것은 어떠냐”는 얘기도 나와 웃음 꽃이 피었다.

이날 안마당 속보에 성공한 표 병장은 지난해 10월 전방 부대에서 작업을 하다 M14 대인지뢰가 터져 큰 부상을 입었다. 부상 당시 오른발 뒤꿈치 대부분이 훼손돼 발목 절단을 고려할만큼 심각한 상태였지만 의료진 결단으로 17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발목 보전에 성공했다. 수술은 허벅지 근육을 떼어내 종아리와 뒤꿈치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덕수 국무총리(왼쪽)와 표정호 병장이 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통합병원 안마당에서 가벼운 걸음으로 함께 걷고 있다. 표 병장은 지난해 10월 전방부대에서 작업하던 도중 대인지뢰가 터져 한때 발목 절단을 고민했지만 17시간 수술 끝에 발목 보전에 성공했고, 1년여 재활을 거쳐 다시 두 발로 서게 됐다. /한 총리 페이스북

표 병장 주치의인 정성엽 중령은 “표 병장의 발가락 신경이 살아있고, 무엇보다 본인의 ‘걷겠다’는 의지가 강해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대학에서 경찰행정학을 전공한 표 병장은 경찰 진로를 희망하고 있는데, 통상 하루 4시간 진행하는 재활훈련을 두 배로 해왔을만큼 두 발로 서서 사회에 나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지난해 4월 개소한 국군외상센터가 외상외과·성형외과·재활의학과 등 각 분야 의사와 영양사·코디네이터 등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려 표 병장의 치료와 재활을 지원해왔다. 표 병장의 병원 내 모든 동선에 요가 매트를 깔았을 정도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올해 1월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방문해 병원에 입원 중인 표정호 병장(당시 계급은 일병)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표 병장이 처음 두 발로 걷기 시작한 건 수술 후 6개월이 지난 올해 4월이었다. 당시 의료진이 촬영한 19초짜리 영상이 한 총리에게도 보고됐는데 한 총리는 이를 페이스북에서 공유하며 “기쁘고 뭉클했다” “젊은 장병이 희망을 잃지 않고 이렇게 씩씩하게 일어서 주어서 참 감사하다”고 했다. 한 총리는 올해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부상 장병을 위로하기 위해 수도병원을 찾았는데 이 때 표 병장과 처음 대면했다. “앳된 얼굴로 병상에 앉아있던 모습이 떠올라 돌아오는 내내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설날에 이어 올해 추석에도 수도병원을 다시 찾았다. 10월 1일부로 병장으로 진급한 표 병장을 향해 “치료와 재활 과정을 꿋꿋이 견뎌줘서 고맙고 대견하다”며 “내년 1월 전역할 때는 부디 좋아하는 축구를 다시 할 만큼 회복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 총리는 주치의 정성엽 중령과 발목 보전 수술을 집도한 문기호 중령에게도 “절단이라는 선택 대신 어떻게든 다리를 살리겠다는 각오로 어려운 수술을 성공시켜줘 고맙다”고 치하했다. 이어 “군 복무 중에 다친 장병들은 전역한 후에도 치료와 재활이 끝나는 날까지 군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3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내 국군외상센터를 찾아 근무중인 의료진의 요청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