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외교부가 중국 신장 자치구 내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유엔(UN) 성명에 불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일본·호주·영국 등 자유·민주 진영 국가 50여 국이 참여한 규탄 성명에 한국만 2년 연속 쏙 빠진 것이다. 정부가 ‘가치 외교’나 국력에 맞게 할 말은 하겠다는 ‘글로벌 중추국가’ 구호를 강조하면서 정작 실제 행동은 수사(修辭)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2024~2025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수임(受任)도 앞두고 있는 상태다.

미·일 등 51국은 18일(현지 시각) 유엔 총회 산하 제3위원회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인권 상황, 특히 신장 위구르족과 기타 무슬림 소수민족에 대한 지속적 인권 침해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은 영국이 주도해 제임스 카리우키 주유엔 영국대사가 발표했는데, 미·일·캐나다 뿐만 아니라 독일·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회원국 다수가 이름을 올렸다. “행동을 하지 않고 있는 중국이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등과 협력해 문제 개선을 위해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제3위원회는 사회적·문화적·인도적 문제를 주로 다룬다.

그런데 이번 성명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회동, 연내 서울 개최에 탄력이 붙은 한·중·일 정상회의 등 한중관계의 ‘제반 사항’을 두루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인권 등 이른바 ‘가치 외교’를 강조하는 정부가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면서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유엔 인권이사회(UNHRC)에서 ‘위구르족 인권 침해 의혹 토론회’ 개최에 찬성했지만, 이어 캐나다가 주도한 유엔 총회 규탄 성명에서는 빠졌다. 대통령실 내 경제 라인의 반대가 있었다고 한다. 2021년엔 프랑스 주도로 43국이 규탄 성명을 냈는데 문재인 정부 외교부가 불참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만 하더라도 외교 당국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18일(현지 시각) 열린 유엔총회 제3위원회 일반 토의에서 강제 북송 문제를 거론했다. 그런데 “여러 소스에 의하면 수많은 북한 사람들이 제3국(third country)에서 강제 추방된 것으로 보인다”고만 말해 중국을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쥔(張軍) 중국 대사는 이날 우리 측 문제 제기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전직 외교부 고위 간부는 “외교에서 말과 행동의 간극이 벌어지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