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기지에는 미 공군의 전설적인 ‘탑건’인 고(故) 로빈 올즈(Robin Olds·1922~2007) 준장의 초상화가 여러 곳에 걸려 있다. 그는 6·25 전쟁에 참전하지도 않았고, 주한미군으로 근무한 적도 없다. 그런데도 그가 군산 기지의 상징적 인물이 된 것은 현재 군산 기지의 미 제8전투비행단(8전비)이 한국 배치 직전 올즈에 의해 미 최고의 전투비행단으로 재탄생했기 때문이다. 8전비의 애칭은 ‘울프팩(Wolf Pack·늑대 무리)’으로 8전비 전투기 꼬리날개에 늑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애칭도 올즈가 붙여준 것이다.

현재 군산 기지의 주축인 미 8전비는 1974년 군산에 배치되기 직전까지 베트남전(월남전)에 참전했다. 올즈는 1966년 태국 우봉 공군기지에 주둔한 8전비 단장(대령)으로 부임해 월남전에 참전했다. 그는 부임 첫날 “지금부터 너희를 가르칠 텐데, 난 여기 있는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며 부대원들을 한 명씩 손가락으로 지목했다고 한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나치 독일군의 Fw 190 전투기 등 적기 12대를 격추하고 지상에서도 12대를 격파하는 전과를 올려 ‘에이스 파일럿’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었다. 그는 2차 대전 후 6·25 전쟁 때도 북한·중공군과 싸우겠다며 참전을 원했지만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아내가 극구 반대해 포기했다가 월남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참전 당시인 1967년 미 공군 F-105 전투기가 베트남 미그(MiG)-21에 연거푸 피격되자 ‘볼로(BOLO·스페인어로 술주정뱅이) 작전’을 생각해냈다. 미 F-105 전투기가 출격하는 것처럼 기만 작전을 펴서 북베트남 미그-21이 대응에 나섰을 때 미 F-4를 띄워 요격했던 것이다. 이 작전으로 미국은 전투기 손실이 전혀 없이 북베트남 미그-21 7대를 격추했다. 당시 북베트남에는 총 16대의 미그-21이 있었기 때문에 7대 격추는 미국의 압승이었다. 이 공로로 올즈는 준장으로 진급했다. 당시 올즈는 볼로 작전에 출격하는 조종사들을 ‘양의 탈을 쓴 늑대’에 비유해 ‘울프팩’이라고 불렀고, 이때부터 이것이 8전비의 애칭이 됐다. 8전비는 1974년 주둔지를 군산 기지로 옮겨 49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 공군과 함께 한반도 상공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