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과 랜드(RAND) 연구소는 30일 “해체 예정인 미국의 전술핵무기 100기를 현대화해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지정, 언제든 신속히 배치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또 올해 4월 한미 간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선언한 워싱턴선언에 대해 “구체적인 이행 조치가 부족하다”며 “모호성(ambiguity)이 아닌 명확성(clarity)이 요구된다”고 했다.
두 연구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한국에 대한 핵 보장 강화를 위한 대안들’이란 제목의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북한이 핵능력을 확장하고 워싱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시간은 더 이상 한국과 미국 편이 아니다”라며 정책·전략대안, 전력 운용, 핵태세 등 여러 측면에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방안을 강구하라고 건의한 것이다. 미국의 핵우산에 대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차 확실히 정의하지 않았고 미국의 핵우산을 믿으라 하면서 구체적 조치를 제시·논의하는 것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북한이 6차 핵실험 당시 위력을 가진 핵폭탄을 서울 상공에 투하할 경우 200만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고, 김정은이 2030년까지 최대 5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려 한다는 것에 주목한다”며 “향후 북한은 미국에 대한 핵무기 위협을 이용해 한미동맹을 와해하고 한국을 직접 침략하지 않고도 지배하려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중국에 대해선 “핵무기 능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어 유사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 대응을 제약할 것”이라며 “핵무기를 한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단의 하나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한반도 핵우산 정책에 있어 모호성이 아닌 ‘전략적 명확성’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일부 미국의 핵무기가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사용될 것이란 점을 공언하라”고 했다. 국내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4단계의 순차적 절차’를 제언했는데 “해체 예정인 미국 전술핵무기 100기를 현대화해 미국에 저장하되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지정, 언제든 신속히 한반도에 배치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필요할 경우 “제한된 숫자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에 전개해 이미 준비된 한국 내 시설에 보관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진은 “점증하는 핵 위협에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지 못하면 미래 한국은 자체 핵무기 보유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