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5월 31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쏜 군 정찰위성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 시각) 영국 국빈 방문 행사 중간에 북한이 군 정찰위성을 발사하자 화상으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NSC 상임위에서 논의된 대로 적법 절차에 따른 대응조치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어 9·19 남북군사합의 중 군사분계선 일대의 공중정찰을 제한하는 조항의 효력정지를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곧바로 영국 현지에서 이를 재가했다.

NSC는 입장문에서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제1조 제3항에 대한 효력 정지를 추진하고, 과거에 시행하던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활동을 복원할 것”이라며 “이는 남북관계발전법 제23조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지는 조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합참의장 상황보고를 받고 “북한의 소위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 강화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성능 향상에 그 목적이 있다”며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실행에 옮기는 조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응조치 추진을 지시하면서 “국민의 생명은 물론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라는 점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정확하게 설명하라”고 했다. 또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긴밀한 한미일 공조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라”고 했다.

긴급 NSC 상임위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박진 외교부 장관, 김태효 NSC 사무처장이 영국 순방지에서 화상으로 참석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규현 국가정보원장,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인성환 국가안보실 2차장, 장호진 외교부 1차관 등이 참석했다.

NSC 상임위는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이번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것으로서, 성공여부와 무관하게 이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1874호를 비롯한 다수의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했다.

NSC는 북한이 남북 당국 간 합의하고 체결한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10·4 선언에 이어 2018년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를 일방적으로 위반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2020년 6월 전임 정부가 지어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킴으로써, 남북한의 대화와 협력은 언제라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9·19 군사합의에 대해선 “북한은 작년과 올해 약 100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수천회에 걸친 해안포문 개방, 빈번한 해안포 사격훈련, 중부전선 총격 도발, 무인기의 수도권 침투 등을 통해 군사합의를 상시적으로 위반해 왔다”고 했다.

NSC는 북한이 작년 9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한 데 이어 지난 9월 이를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우리에 대한 핵 위협을 노골화하고 있지만, “9·19 군사합의의 제약으로 우리 접경지역 안보태세는 더욱 취약해졌다”고 했다.

북한 장사정포 공격의 식별 능력과 이에 대비한 우리 군의 훈련이 제약되는 만큼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추진해 대북 위협 표적 식별 능력과 대응태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NSC는 “연평도·백령도 등 서해 5도 주민의 안전, 그리고 5000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이자 우리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고 했다.

9·19 군사합의 다른 조항에 대한 추가 조치에 대해선 ”북한의 향후 행동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