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지방자치단체 행정 전산망 장애 사태 당시 정부 중앙 부처 중 하나인 외교부에서도 접속 오류·지연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운영 정상화에 하루 넘게 소요돼 이 기간 직원들이 내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업무 처리에 애로가 상당했다고 한다. 안보 부처 통신망이 24시간 이상 마비된 것인데 외교 당국의 경각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교부는 “업무에 큰 지장이 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17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의 네트워크 장애로 외교부 일부 시스템에 접속 지연과 간헐적 오류가 발생했다. 한 외교부 직원은 “메일로 업무를 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갑자기 접속이 지연돼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도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었는데 복구될 때까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하루 이상 지난 19일 오전 7시 30분쯤에야 모든 시스템의 운영이 정상화됐다고 한다. 민원 서류 발급 대란으로 행정안전부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과 달리 외교부는 이 같은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쉬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관계자는 본지에 “행정안전부와 연동된 전자 인사 관리 시스템 e사람 등에 일부 지연과 간헐적 오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재외공관과 전문(電文)을 주고받는 자체 업무망에는 영향이 없었다”고 했다. 업무 특성상 기밀을 다룰 일이 많은 외교부는 별도의 망을 구축해 170여 공관에서 전문을 수신하고 문서 작업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이 컴퓨터를 2대 사용하는 이유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무에 큰 지장을 줄 만한 장애는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속 한반도에서 언제든 급박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데 외교·안보 부서 통신망이 하루 넘게 마비된 건 아찔한 일”이라고 했다.
외교부에선 지난 8월에도 직원 3000여 명이 이용하는 이메일 시스템이 1주일 넘게 먹통이 돼 업무에 차질이 있었다. 또 지난해 1월에는 이메일 일부가 해킹 공격을 받아 4GB(기가바이트) 분량의 파일이 유출된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거듭된 국가 전산망 마비는 특정 정부의 잘못보다 2004년 전자 정부 도입 이래 역대 정부에서 누적된 결과”라며 “행정 전산망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것이므로 기술력 높은 대기업 참여가 가능하도록 인식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