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1일 야간에 기습 발사한 군사정찰위성인 ‘만리경 1호’가 7~10일간의 ‘세밀 조종 공정’을 거친 뒤 내달 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한다고 22일 밝혔다. 만리경 1호가 지구 궤도에 정상 진입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몇 시간 후 추가 발표에서 곧 정상 활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한 것이다. 사실이라면 만리경 1호와 지상 기지국의 신호 송수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의미다. 합참은 이날 “위성의 정상 작동 여부는 추가 분석 중”이라면서 “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것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이 항공우주기술총국으로부터 만리경 1호가 태평양 괌 상공에서 찍은 미군 주요 군사기지 구역 위성사진을 보고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괌에 위치한 미군 앤더슨 공군 기지, 미 해군 기지가 있는 아프라항(港) 등을 언급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이제 만 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 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다 함께 수중에 틀어쥐었다”면서 “우리의 군사적 타격 수단들의 효용성을 높이는 측면에서나 자체 방위를 위해서도 더 많은 정찰위성을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김정은이 언급한 ‘주먹’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각종 전략 미사일을, ‘눈’은 정찰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위성 해상도는 가로세로 3m가 점 하나로 식별되는 3m 수준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30㎝이고, 미 정찰위성의 해상도는 10㎝급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어려운 경제난에도 핵과 더불어 위성 개발에도 집착한 것은 핵 타격 정밀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한다. 북한 정찰위성은 저궤도인 목표 궤도(500㎞ 고도 태양동기궤도)에 진입, 하루 서너 차례 한반도를 지나며 괌과 주일 미군 기지에 배치된 미 전략자산 전개 여부, 주요 표적의 배치 이동 상황까지 감시할 수 있다. 북한이 만리경 1호의 첫 촬영 사진으로 김정은에게 보고한 것이 미국 괌 기지의 공군·해군 기지였다고 보도한 것도 이들의 위성 개발 목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원자탄과 수소탄, 그리고 인공위성을 다 갖는다는 중국의 노선인 ‘양탄일성(兩彈一星)’을 본보기 삼아 ‘핵주먹’과 함께 이를 사용할 ‘눈’을 갖는 걸 숙원 사업으로 삼아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기술 거래 등을 통해 위성·위성 발사체 기술을 빠르게 진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에는 2단 추진체 이상으로 1·2차 발사에 모두 실패했는데 단 89일 만에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번 3차 발사를 성공시켰다. 북한은 지난 9월 김정은·푸틴 북·러 정상회담을 한 이후 애초 10월이었던 3차 발사 일정을 11월로 미뤘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위성 관련 기술 협력이 이뤄져 이를 3차 발사에 반영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군 당국은 러시아 기술 자문단이 북한에 직접 가서 지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19일 방송에서 “러시아 도움을 받아서 엔진 문제점을 거의 해소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러시아 엔지니어가 북한에 들어가 발사 실패 분석 결과를 협의하고, 당시 받은 데이터를 러시아가 확인 및 검증하는 차원의 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의 기술 자문은 기존 설계의 기술적 난관이었던 엔진 성능 개선, 단 분리 정밀도 향상 등을 중심으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북한은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할 계획이다. 김정은은 이날 “정찰위성들을 더 많이 발사해 궤도에 배치하고 통합·실용적으로 운용해 적에 대한 가치 있는 실시간 정보를 풍부히 제공하고 대응 태세를 더욱 높여 나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