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이 손을 잡고 있다./김동환 기자

한·중·일 외교장관은 26일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4년 넘게 중단된 3국 정상회의 개최 준비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다만 의장국인 한국이 희망했던 연내 개최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오후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1시간 40여 분간 회담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상회의에 필요한 준비를 가속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했다. 박 장관은 “3국 협력 체제의 최정점인 정상회의를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에 개최하기로 한 합의를 재확인했다”며 “머지않은 시점에 가시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는 못했다는 의미다. 올해는 남은 시일이 촉박해 3국은 내년 초를 염두에 두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웃으며 산책하는 한중일 외교 - 26일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인근에서 왕이(왼쪽부터) 중국 외교부장,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박진 외교부 장관이 산책을 하고 있다. /외교부

3국 외교 수장은 이날 4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지만, 공동기자회견이나 성명 없이 마무리됐다. 만찬도 열리지 않았다. 중국 측이 왕이 부장의 일정을 이유로 기자회견과 만찬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소식통은 “왕이 부장은 바쁘다는 이유로 일본과는 양자회담 일정도 잡지 않았다고 한다”며 “한·미·일 3국 협력이 강화하는 와중에 중국이 한일 양국과 함께 서 있는 그림을 연출하는 걸 원치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한일·한중은 이날 오전 각각 85분, 약 90분간 양자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박진 장관은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의 회담에서 “(한국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양국 간 공식 합의로서 존중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가미카와 외무상은 지난 2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승소 판결에 대해 강한 유감 표명을 하고 우리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왕이 부장은 회담에서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현재의 한반도 상황에 우려를 표하고 중국이 상황 안정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북한의 추가 도발 중단과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거듭 당부했다. 박 장관은 탈북민 강제 북송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 정부의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한중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선 “양측이 고위급 교류의 중요성에 공감대가 있고 계속 소통해 나가고 있고 서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