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21일 발사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미군이 무력화시킬 경우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반발했다. 북한은 또 연말에 노동당 회의를 열어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앞서 미 우주군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다양한 가역적·비가역적 방법을 사용해 적의 우주·반우주 역량과 활동을 거부할 수 있다”며 북한 정찰위성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이 주권 국가의 합법적 영역권을 침범하려 든다면 미국 정찰위성의 생존력을 축소 및 제거해버리기 위한 대응 조치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또 만리경 1호는 “북한의 주권이 행사되는 영역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1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열어, 이달 하순에 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한 뒤, “여러 대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할 계획을 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제출하게 된다”고 예고했었다. 당시 김정은은 “다양한 정찰위성을 더 많이 발사해 궤도에 배치하고, 통합적으로, 실용적으로 운용해 공화국 무력 앞에 적에 대한 가치 있는 실시간 정보를 풍부히 제공하고 대응 태세를 더욱 높여 나가게 해야 한다”며,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2024년도 정찰위성 발사 계획을 심의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체회의는 당 대회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 당 대회를 대신하는 의결기구다. 북한은 2019년부터 연말 중앙위 전체회의를 통해 한 해를 결산하고 이듬해 계획을 정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김정은이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고, 전원회의 결정이 신년사를 대신해 발표되고 있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 정찰위성의 성능보다 위성을 실어보낸 우주 발사체의 성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확보한 우주 발사체의 성능은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능과 같다는 것이다.
2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 억제 및 미사일 방어 연구원은 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는 ICBM 위협과 같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피터스 연구원은 “정찰위성이건 핵탄두를 실은 미사일이건 운반 체계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기술이 필요하다”며, “북한의 ICBM 프로그램이 인공위성 발사를 가장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독일 국방부 미사일 프로그램 고문을 지낸 로버트 슈무커 박사도 VoA 인터뷰에서 “인공위성은 중요하지 않다”며 “중요한 것은 발사체의 신뢰성”이라고 강조했다. 슈무커 박사는 “북한은 어떤 이유를 대서든지 갖고 있는 ICBM을 계속 발사할 것이고, 여기서 얻은 정보는 북한이 (보유한 ICBM) 체계를 스스로 더 신뢰할 수 있게 되고 자신감을 갖게 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