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한 고체 연료 우주 발사체의 3차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나 탑재된 위성을 목표한 궤도에 안착시켰다. 군 당국은 이번 발사로 고체 추진 발사체 기술 개발의 핵심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고체 연료 우주 발사체는 4일 오후 2시 제주도 중문 앞바다에서 4㎞가량 떨어진 바지선에서 발사됐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약 101kg 무게의 지구 관측용 고성능 영상레이더(SAR) 위성을 탑재하고 제주 하늘을 날아오른 발사체는 계획대로 비행해 약 650㎞ 고도의 저궤도에 진입했다. 첫 교신은 이날 오후 3시 45분 40초에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3월과 12월에 고체 연료 우주 발사체 1·2차 시험 발사를 각각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에는 지난 1·2차 시험 발사에서 검증된 2단 고체 추진체 부분은 제외하고 1·3단 고체 추진체와 4단 액체 추진체로 이뤄진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특히 1단 추진 기관이 가장 큰 출력을 내기에 이 부분의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 3차 시험 발사의 주요 목적이었다. 군 관계자는 “1단 추진 기관의 출력은 북한의 1.5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고체 연료 추진 발사체는 액체 연료를 쓰는 기종에 비해 구조가 단순하고 저장·취급이 쉬운 장점이 있다. 제반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발사 준비 기간도 통상 1주일 이내로 짧다. 이 때문에 탑재 중량이 가벼운 저궤도용 관측·정찰위성 발사에는 고체 연료 추진 발사체가 더 적합한 것으로 평가된다.
3차 발사에서 처음 상용 위성을 탑재해 성공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1·2차 시험 발사 때는 더미(모의) 위성을 탑재했다. 탑재된 SAR 위성은 공중에서 지상 및 해양을 관찰하는 레이더로, 우주에서 지구로 레이더파를 보내 굴곡면에 반사돼 돌아오는 미세한 시차를 순차적으로 합성해 고해상도 영상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존 영상 위성과 다르게 악천후나 밤낮 구분 없이 영상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위성에 탑재된 카메라 해상도는 최대 1m급으로, 트럭과 승용차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정도다. 국방부는 “추진 기관별 성능 검증을 포함한 고체 추진 발사체 개발의 핵심 기술 대부분을 검증했다”며 “이번 발사 성공을 통해 우리 군은 향후 소형 위성을 신속히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는 독자적 우주 능력 확보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발사는 한화시스템이 주관했다. 국방부는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고체 추진 발사체 및 궤도 진입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민간 기업이 발사체 및 위성을 제작해 실제 발사를 수행했다”면서 “위성과 발사체 기술을 연계한 첫 ‘민·관 원 팀(One Team)’ 협력 사례”라고 했다.
2025년 발사될 최종 발사체는 이날 발사된 1·3·4단에, 1·2차 시험 발사로 검증된 2단을 결합해 만들어진다. 이때는 군 당국이 개발한 소형 위성을 실을 예정이다. 1~3단은 고체 연료, 4단은 액체 연료가 쓰인다.
최근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해 정찰위성을 발사하는 등 안보 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고체 추진 우주 발사체 발사 성공은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인 우주 기반 감시 정찰 능력 확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3축 체계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 체인(Kill Chain)’과 복합 다층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압도적인 대량 응징 보복 능력(KMPR)을 포함한다. 또 고체 연료 추진 발사체 특성상 앞부분에 위성이 아닌 ‘탄두’를 탑재하면 탄도미사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위성 발사를 금지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주가 국가 안보의 핵심 영역인 것으로 판단하고 우주 발사체를 포함한 우주 전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