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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전국의 주한미군 부대를 다니며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있는데요. 얼마 전에는 부산 남구에 있는 ▲주한 미 해군사령부(CNFK·Commander Naval Forces Korea)를 찾았습니다.
돌이켜보니, 그간 ▲‘화력 여단’이라 불리는 경기도 동두천의 주한 미 제210야전포병여단, ▲‘패트리엇 부대’로 불리는 평택 주한 미군 오산 기지의 제35방공포여단, ▲‘울프 팩(늑대무리) 부대’인 군산 기지의 미 제8전투비행단 등 미 육군, 공군 부대만 다녔더라고요.
그래서 주한 미 해군 부대에 가기로 했던 것입니다. 사실 한국에 미 해군사령부가 있다고는 별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알아보니 주한 미 해군사령부는 오랫동안 용산 미군 기지에 본부를 두고 있다가 7년 전인 2016년 부산으로 새 둥지를 틀었습니다.
주한미군 각군 본부는 캠프 험프리스, 오산 기지처럼 미군 기지 내에 있는데요, 유일하게 주한 미 해군사 본부만 한국 기지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바로 부산 남구에 있는 대한민국 해군 작전사령부 영내 한쪽에 미 해군사 본부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해작사 내에 여러 부두가 있는데요, 이 가운데 미 해군사 본부 건물과 가장 가까운 제1부두가 미 항모나 미 핵잠수함 등 주요 자산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제이콥이란 이름의 미 장교의 안내를 받으며 주한 미 해군사 본부 시설을 둘러본 뒤에 우리 해작사 최성혁(중장) 사령관님, 김지훈(준장) 해양작전본부장님, 최용수(대령) 공보실장님 등과 따로 면담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비보도)이어서 모두 공개해드릴 순 없지만, 한 가지 나누고 싶은 건 김지훈 제독님 방에서 발견한 ‘코인’ 관련입니다.
부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제독님 방 가운데 원탁 테이블에 코인이 아주 많이 있었습니다.
쭉 살펴보는데, 그 중 하나가 눈에 싹 들어왔습니다.
지난 7월 18일 미국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SSBN-737) 이 부산 기지에 입항하면서 켄터키함 함장이 우리 해작사 작전본부장인 김 제독님께 준 ‘코인(coin)’ 이었습니다.
가상 화폐가 아닙니다. 켄터키함 형상이 새겨진 직경 약 5㎝의 금속 메달이었습니다.
중간에 길쭉한 총과 고깔 모양 주머니가 그려져 있는데요. 그 의미가 무엇인지 너무 궁금해졌습니다. 급히 해작사 공보과장으로 근무하는 정채범 대위님께 도움을 요청했는데요. 정 대위님께서 미 해군 측에 문의하며 취재를 해주셔서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켄터키함 코인의 길쭉한 총과 고깔 모양은 1700년대 미 독립전쟁 당시 영국군과 맞서 싸울 때 활약한 ‘켄터키 장총’과 화약통을 형상화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미 독립군은 대영제국으로부터 현 미국 땅에서 독립하기 위해 전쟁을 치렀는데요, 우세인 대영제국 육군에 맞서 미 독립군들은 이 켄터키 장총으로 큰 전과를 많이 남겼다고 합니다.
현 미합중국을 있게 해준 독립전쟁의 대표적 무기가 켄터키 장총이기에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SSBN 켄터키함을 나타내는 코인의 상징물로 남은 것입니다.
코인을 보면요, 테두리엔 ‘Thoroughbred of the Fleet’란 켄터키함 모토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함대의 최고 혈통(순종)’이란 뜻입니다.
미군은 특별한 작전을 완수하거나 중요 지역을 방문하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상대 측에 ‘코인’을 선물합니다. 2차 세계 대전 때부터 미군에서 코인 문화가 번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각 부대마다 코인을 만들고 계기가 될 때마다 코인을 전달하는데요.
미군의 이런 코인 문화는 한국군에도 언젠가부터 전파돼 우리 군도 이제 코인을 만들어 주곤 합니다.
지난해 11월 저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취재차 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을 갔었는데요.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펜타곤에서 SCM을 마치고 미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미 전략폭격기인 B-1B와 B-52H를 살펴보고 각 기종 대원들을 격려하는 악수를 하면서 이종섭 국방장관표 코인을 미 공군 대원들의 손에 넘겨주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간 긴박감 넘치는 잠수함 전이 펼쳐지는 영화 ‘헌터킬러’에서도 코인을 주고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튼 켄터키함 코인은 유독 특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SSBN의 한반도 기항은 1981년 로버트 리함(SSBN-601) 이후 42년 만이었기 때문입니다. 1981년 때 로버트 리함 함장이 우리 측에 코인을 줬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만약 로버트 리함 코인이 보존돼 있다면 희소성이 아주 높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없다면 이번 켄터키함의 코인은 SSBN코인 중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것이 됩니다.
게다가 켄터키함은 미국이 보유한 오하이오급 SSBN 총 14척 가운데 8번째로 1991년 취역한 잠수함으로 방한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SSBN 코인으로서도 중요하지만 켄터키함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이 코인은 여러모로 더욱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가 한미동맹 70주년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습니다.
다음 미 SSBN 방한은 언제가 될까요?
이런 물음을 가져보는 동시에 그럼 우리는 우리의 핵 잠수함을 언제 탄생시킬 수 있을까, 그런 날은 언제 올까 생각해봤습니다. 호주도 미국으로부터 핵 잠수함을 제공받고 핵 잠수함 기술까지 전수받기로 했는데요. 분명 머지 않은 시기에 우리도 핵 잠수함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북한은 핵 잠수함을 개발 중 인데요. 핵은 핵으로, 잠수함은 잠수함으로 밖에 막을 수 없다는 말이 있지요. 한국판 핵잠 코인이 탄생하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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