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 사업의 타당성 조사와 발전 방안 연구 등을 총괄하던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고병성 획득사업분석단장이 지난 26일 별세했다. 향년 52세.
고 단장은 지난달 24일 금요일 서울 동대문구 KIDA에서 “몸이 안 좋다”면서 조퇴를 했다가 자택에서 쓰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뇌사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최선임 연구원 직급인 책임연구위원으로 KF-21 전투기사업 분석단을 이끌어왔다고 한다. 최근 그는 KF-21의 첫 양산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 연구와 관련해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 단장이 이끄는 연구팀이 분석해보니 KF-21 성능에 다소 미흡한 점이 발견돼 초도 양산 물량을 당초 계획한 40대에서 20대로 줄이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개발사 측의 입장과 충돌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KF-21은 올해 1월 초음속 비행에 성공하는 등 4.5세대 첨단 전투기로서 성능은 입증했지만 아직 공대지 미사일 능력은 갖추지 못해 추가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 단장은 ‘양산하면서 미사일 성능도 업그레이드하면 된다’는 개발사 측과 절충안을 찾으려 수일간 밤을 새웠다고 한다. 소식통은 “쓰러진 분석단장은 다른 무엇보다 마치 자신이 KF-21 개발에 딴지를 건 것으로 오해받는 데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무기 관련은 모든 게 다 기밀이라 제대로 해명도 못 하고 속앓이를 많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무기 체계 전문가로 지난 20여 년간 KIDA에서 근무한 그의 손을 거쳐 간 주요 무기만 4~5가지는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KIDA 관계자는 “탄도미사일 개발에 참여했던 한국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이 지난 21일 실험 중 폭발로 순직한 사건에 이어 국방 업무에 종사하는 또 한 명의 ‘이름 없는 영웅’이 일터에서 본분을 다하다 소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는 한국국방연구원장상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 발인 29일 오전 6시 20분, 02-923-4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