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국방부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뉴스1

국방부가 5년 만에 개편해 이달 말 전군에 배포하는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우리 고유 영토인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기술한 것으로 28일 드러났다. 교재에 수록된 다수 지도에 독도도 빠져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을 보고받고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크게 질책하고 즉각 시정 등 엄중히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국방부도 “교재에서 문제점이 식별됐다”면서 “교재를 전량 회수하고, 집필 과정 문제점은 감사 등을 통해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번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서 “한반도 주변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강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군사력을 해외로 투사하거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쿠릴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분쟁도 진행 중에 있어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기술했다.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인 독도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쿠릴열도(일본명 지시마 열도)와 함께 영토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 중 하나로 나열한 것이다. 교재는 국방부 정책실 주도로 지난 1년간 민간 대학 교수, 군 정훈 요원 등 대내외 전문가와 함께 집필됐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아닌 타국이 이런 주장을 펴고 있다는 사실을 군 장병에게 알려 제대로 대응하자는 취지로 명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인성

하지만 국방부의 이 같은 설명은 ‘독도와 관련한 영토 분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역대 우리 정부의 일관된 공식 입장과 어긋난다. 법적·역사적·실효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가 외교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독도를 분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은 일본 우익 등의 속셈으로, 우리 정부가 이런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역대 정부의 입장이었다.

국내 일부 정치인들이 반일 운동을 편다면서 독도를 한일 정상회담의 의제로 삼자는 주장을 할 때 “외교적 자해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 것도 같은 이유다. 자칫 일본이 부당한 주장을 계속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전직 외교부 차관은 “일본이 왜곡된 주장을 하면 준엄하게 꾸짖어 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2021년 6월 일본 자위대가 외국어 홍보 영상에서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표기하자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에 유감과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이번 교재에 실린 11점의 모든 한반도 지도에는 독도가 표시돼 있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교재에 수록된 지도의 크기가 작더라도 한반도 전체 지도면 누락된 영토가 없어야 하는데 한두 개도 아니고 모든 지도에 독도가 없었다.

이날 논란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국방부를 질책하며 시정 조치를 지시했다. 그제야 국방부는 입장문을 내고 잘못을 시인했다. 국방부는 “교재를 준비하는 과정에 치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빠른 시일 내에 객관적인 사실에 기초한 교재를 보완해서 장병들이 올바르고 확고한 정신무장을 갖추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외교부는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 영토”라면서 “영유권 분쟁은 존재하지도 않고 외교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도 될 수 없다는 점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