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5일 북한의 서해 포격 도발에 대응해 이날 오후 3시부터 북방한계선(NLL) 남방 해상을 향해 포탄 400여 발을 발사했다. 이날 포격에는 백령도 해병 6여단과 연평도 소재 연평부대에 배치된 K-9 자주포와 전차포가 동원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 시 자위권 차원에서 충분히 응징한다는 원칙에 따라 북한 포격의 2배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서북 도서에서 포를 쏜 것은 2018년 이후 6년 만이다. 남북은 2018년 9·19 남북 군사 합의에 따라 서해에 ‘완충 구역’을 설정하고 포 사격을 금지했다. 하지만 북한은 9·19 합의 이후 총 16차례에 걸쳐 해상 완충 구역으로 포를 발사하며 합의를 위반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우리 군은 그간 북한군이 옹진반도 해안과 서해 도서에서 해안포를 쏘더라도 대응 포격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과의 합의를 지키기 위해 연평도·백령도에 배치된 K-9 자주포를 바지선 등에 싣고 경기도 포천, 경북 포항 등까지 옮겨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군 당국 관계자는 “우리 군이 6년 만에 대응 포격에 나선 것은 ‘자위권’ 차원으로 정당한 조치”라면서 “북한이 9·19 합의를 전면 파기 선언하고 군사 도발을 벌이는 상황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충분한 응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응 포격은 연평도·백령도에 주둔한 해병대가 K-9 자주포, K-2 전차 등을 동원해 실시했다고 합참은 밝혔다. 인천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우리 군 대응 사격 3시간 전부터 연평·백령도 주민들에게 대피소로 이동하라고 안내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합참 전투통제실에서 서북 도서 부대의 해상사격 훈련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군과 정보 당국은 최근 옹진반도 일대에 주둔한 북한 4군단의 도발 징후가 포착돼 예의 주시해 왔다. 4군단은 다수 보병사단과 포병여단 등으로 편성됐는데, 240㎜ 방사포를 비롯해 다수의 야포·해안포를 보유하고 있다. 2010년 고(故) 서정우 하사 등 총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도 4군단 소행이었다. 북한은 도서 지역 바로 뒤에 병풍처럼 쳐져 있는 황해도 해안을 적극 활용해 언제든 제2의 연평 포격을 감행할 태세를 유지해 왔다.
군은 이날 대응 포격을 마친 뒤에도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포신을 덮개로 막지 않고 개방 상태를 유지했다. 군은 북한이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로 다른 지역에서 기습 도발을 벌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 태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기습 발사가 가능한 신형 고체연료 기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 발사대 생산 공장을 딸 주애와 함께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우리가 쉼 없이 추진하는 방위력 강화의 수행에서 이 공장이 차지하는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하며 공장 확장을 지시했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앞으로도 4월 한국 총선, 11월 미국 대선 등 한미 주요 정치 일정에 맞춰 고강도·하이브리드(고·저강도 혼합형)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고 대비 태세를 강화했다. 정부 관계자는 “군은 북한이 해상 도발뿐 아니라 금융·통신망을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 최전방 일부 지역을 침투해 주민 납치극을 벌이는 하마스식 도발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미 공조하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