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가 9·19 군사합의 이전인 2016년 백령도에서 발칸 야간 사격훈련을 하는 모습. /해병대사령부

지난 5일 200여발에 달하는 북한의 포격 도발에 400여발의 포로 응수한 군은 ‘귀신도 잡는’ 해병대였습니다. 해병대 백령도 6여단과 연평부대는 용산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지시에 따라 K-9자주포와 K1E1 전차로 대응 포격을 퍼부었습니다.

군이 국방기자단에 공개한 대응 포격 영상을 보면, 해병대의 상징색인 붉은색 이름표를 철모에 단 장병이 숙달된 자세로 포탄을 장전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눈빛은 흔들림이 없고, 구호 소리는 우렁찹니다. 포탄이 바로 코앞에서 “쾅!”하고 굉음을 내는데도 해병은 의연합니다.

해병대원들이 포탄을 장전하고 있다. /국방부

새해 인사를 포격으로 하는 북한의 도발에 당황하거나 허둥지둥할 법도 한 데 해병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 포격의 2배인 400여발의 대응 포 사격을 완수했습니다.

군 안팎에서는 “역시 해병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해병대가 ‘해병대’했다는 뜻입니다.

지난 5일 해병대가 연평도와 백령도에서 북측을 향해 포 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의 포격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였다. /국방부

뉴스레터 ‘외설(外說)’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4

해병대는 북한의 턱밑을 겨눈 비수(匕首)와 같은 전략적 요충지인 백령도와 연평도를 사수하고 있습니다. 정예 부대 중의 최정예 군이 해병대입니다. 북한 4군단은 ‘병풍’처럼 펼쳐진 옹진반도와 서북 도서에 해안포·야포·방사포 등을 해안 절벽 굴 속 등에 쫙 깔아놓고 백령도와 연평도를 겨누고 있습니다.

연평도와 백령도를 사수하는 해병대는 수적으로 열세입니다. 연평도와 백령도 뒤에는 바다밖에 없습니다. 받쳐주는 지상군이 없습니다. 목숨을 걸고 외딴 섬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 북한군이 연평·백령도를 상륙 점령 시도를 하려면 할 수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북한 측에 가깝습니다.

한반도의 전략적 요충지 백령도. 백령도는 한국 본토보다 북한 내륙에 더 가깝다. 황해도 장산곶까지는 13.5km에 불과하다. 북한은 백령도, 연평도 등 서북도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등도 이런 배경에서 벌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연평·백령도에서 해병대가 포 사격을 한 것은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가 체결된 이후 무려 6년만입니다. 북한은 서북도서에서 포 사격 훈련 등을 말자는 9·19 합의를 무시하고 그간 수차례에 걸쳐 해안포를 쏘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대응 포격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북과의 합의를 지키기 위해 연평도·백령도에 배치된 K-9 자주포를 바지선 등에 싣고 경기도 포천, 경북 포항 등까지 옮겨 사격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2023년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에서 해병대원들이 상륙돌격장갑차에 탑승해 광화문 광장에 나온 시민들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해병대

그러다 이번에는 연평도와 백령도에서 대응 포격에 나섰던 것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23일 9·19 합의를 전면 파기 선언했는데다 그후 처음으로 해안포 도발을 해왔기 때문에 자위권 차원의 대응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6년 만의 연평·백령도 현장 포격이었지만, 해병대는 완벽하게 해냈습니다.

해병대는 올해 북한이 한미 주요 정치 일정에 맞춰 갖가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져 ‘당장 오늘 밤이라도 싸울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해 심기일전해왔다고 합니다.

해병대는 달력을 만들면서 11월 달력 사진으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불길 속에서도 반격에 나서는 K-9자주포와 여기에 탑승한 해병대원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해병대에 물어보니 “그때 그 정신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고른 사진이라고 답했습니다.

달력 아래에는 간결한 일곱 글자가 쓰여 있었습니다.

호국충성해병대.

2024년 해병대 달력에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해병대원이 불길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K-9자주포 위에 올라타 반격 준비를 하는 사진이 실렸다. 당시 해병대 정훈장교가 북한의 포탄이 떨어진 직후 촬영한 절묘한 사진이다. 당시 얼마나 위급했는지 해병대가 얼마나 의연하게 대처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노석조 기자

해병대가 있는 한 백령도와 연평도는 끄떡없습니다.

요즘 군인에게 위문 편지 쓰는 ‘미풍양속’이 사라져가고 있다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최전방 중의 최전방에서 묵묵히 ‘호국 충성’하는 해병대원들에게 위문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상 뉴스레터 외설(外說)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뉴스레터 ‘외설(外說)’은

미번역 외서(外書)를 읽고 소개하거나, 신문에 담지 못한 뉴스 뒷이야기[說] 등을 들려 드리는 조선일보의 뉴스레터입니다.

휴대폰으로 간단하게 받아보시려면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4 로들어가셔서 이메일을 남겨주시거나 제 이메일 stonebird@chosun.com이나 휴대폰번호 010-2922-0913에 여러분의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뉴스레터 ‘노석조의 외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지난 ‘외설’ 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go 11월 24일 추수감사절 휴가 중 손녀 피네건과 함께 매사추세츠주의 휴양지 낸터켓의 서점을 구경하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구입한 책 'Democracy Awakening(민주주의의 깨달음)'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혐오·팬덤·선동정치...”민주주의는 총구가 아니라 투표함에서 죽는다”

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4/01/03/A2GWOI4FZJFB5BPDDEWDAV4BXY/


뉴스레터 ‘외설(外說)’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