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미사일이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주장하면서 동북아시아 안보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발표가 사실일 경우 기존 미사일보다 기습공격에 능하고 사거리는 더 멀면서 요격망을 회피할 수 있는 신무기를 확보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북한 미사일총국이 진행한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은 미·일과 공조하에 해당 미사일 발사가 성공적이었는지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북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미·일 미사일 방어체계(MD) 시스템이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마하5(음속의 약 5배)에 달하는 고속으로 저고도로 날아와 변칙기동을 해 현재 요격망으로는 격추가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이번에 북한 발표대로 고체연료를 탑재한 2단 로켓이 실전배치 될 경우 기습공격 능력 및 사거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에 북한이 활용했던 액체연료와 달리 고체연료는 사전 연료 주입을 미리 진행할 경우 은밀한 기습발사가 가능하다. 또 고체연료가 탑재되면서 사거리도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에 북한이 2022년 1월 발표했던 극초음속 미사일은 사거리 700~1000㎞로 추정됐는데 이번에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형이라 사거리가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1단 발사체에 고체연료엔진을 썼는데 이것만으로도 사거리가 수백㎞는 늘어났을 것이라 봐야 한다”며 “IRBM 사거리가 3000~5500㎞이니 이 무기가 실전배치됐을 경우 괌(3500㎞) 미군기지도 타격 대상이 된다”고 했다. 오키나와에 있는 주일미군기지도 타격이 가능할 전망이다.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이 전력화할 경우 평양 인근에서 발사했을 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빠르면 1분 15초, 늦어도 2분 안에 도달할 수 있다. 게다가 신형 전술유도무기(KN-23, KN-24)를 포함해 각종 탄도미사일과 함께 서로 다른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면 첨단 미사일방어체계로도 모두 막아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군에 따르면 이번 북한 미사일 최고 속도는 마하 10을 넘었을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한국과 괌 등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미사일로도 요격이 쉽지 않다고 한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는 최고고도가 50km를 넘지 않는 저각 발사(depressed launch)를 해 장거리에서 레이더 탐지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극초음속 미사일을 저각발사하면 탐지와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극초음속 미사일은 정점고도에서 활공해 내려오면서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회피기동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두에 달린 보조날개를 이용해 궤도 수정이 가능해 전술핵 공격에 이상적인 운반도구라는 평이 나온다.
다만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극초음속 미사일은 목표지점을 타격할때까지 마하5 이상 속도를 유지해야하는데 현재까지 북한 미사일이 이 기준을 만족했다는 데이터는 없다”며 “오히려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격이 더 강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극초음속에 초점을 맞췄다기보다는 지난해 11월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상반기 안에 발사체가 아닌 ‘탄두’에 보다 초점을 맞춰 고체연료 기반의 극초음속 미사일 재발사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