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원조를 받던 한국이 70년 만에 낙농 강국으로 도약해 네팔에 기증한 젖소 ‘토실이’가 지난 6일 암송아지를 낳았다.
‘토실이’는 경기 남양주 소재 서울우유 순흥목장에서 자란 한국 젖소다. 민간 비영리 국제개발단체인 ‘헤퍼코리아’가 2022년 12월 ‘네팔로 101마리 젖소 보내기’ 사업을 통해 특별 전세기를 띄워 네팔로 보낸 젖소 101마리 가운데 한 마리다. 토실이를 키우고 있는 쿠마리씨 가족은 태어난 새끼에게 ‘감사’란 이름을 붙여줬다. 네팔에 보낸 젖소 중 현재 74마리가 임신 중이라고 한다.
‘헤퍼코리아’의 이혜원 대표는 12일 본지에 “한국의 젖소 생우가 해외로 보내진 것도 처음이고, 출산한 것도 처음”이라며 “우리가 과거에 받은 나눔을 다시 선물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헤퍼인터내셔널(헤퍼·heifer, 암송아지라는 뜻)’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에 1952년부터 1976년까지 44회에 걸쳐 젖소 897마리 등 가축 3200여 마리를 보냈다.
한국은 당시 원조받은 젖소를 기반으로 낙농 기술을 발전시켰고 50년 전 젖소 한 마리당 하루 우유 생산량이 10L도 안 되던 수준에서 마리당 33L, 세계 5위 수준의 우유 생산국으로 성장했다. 네팔은 낙농업이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지만, 젖소의 연간 마리당 산유량은 우리나라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네팔 카말라마이시에서는 13일 한국 젖소의 첫 출산과 한·네팔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한·네팔 낙농시범마을’ 건립 선포식이 개최된다. ‘한·네팔 낙농시범마을’은 1969년 서독 정부의 지원으로 시작된 ‘한·독 낙농시범마을사업’을 본떠 이뤄진 것이다. 단순 지원이 아니라 선진 낙농 기술 보급을 통한 소득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카말라마이시는 사료 공장, 유가공 시설, 교육장 등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