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8일 미 국무부에서 토니 블링컨 장관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외교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다음달 우리 정부가 서울에서 단독으로 주최하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S4D·Summit for Democracy)’ 관련 장관급 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한다. 지난해 11월 이후 약 4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 미국을 방문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8일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방미 결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오후 블링컨 장관과 약 1시간 동안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백악관 인도·태평양 조정관 출신인 커트 캠벨 부장관도 동석했는데 1인자인 장관과 2인자인 부장관이 나란히 동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 장관은 “양측이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미동맹’ 비전 구현을 위한 각급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관련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단호히 대응하는 한편 불법 자금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한미 간 공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이번 방미 일정에서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면담하고 상공회의소를 찾아 구글, 화이자 같은 한국 투자기업과 만나는 등 경제 분야에 힘을 줬다.

28일 미 국무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으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는 관측에 대해 “상·하원을 비롯한 미 조야(朝野)에서 한반도 정책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확인했다”면서도 “조그마한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대사관이 중심이 돼 로키(low-key·낮은 자세)로 차분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3월 조현동 주미대사가 부임한 이후 약 80명의 상·하원 의원들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관계자는 “기록적인 수치고 한국에 대한 미 정치권의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가 내년말 종료되는 한미방위비분담금협정(SMA)의 조기 협상에 착수한 것을 놓고는 “협상이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트럼프 재선 가능성과의 직접적 상관관계를 부인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외교부에서 북핵 문제를 총괄하는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최근 국민의힘에 영입돼 정치권으로 직행한 것 관련 “개인의 선택”이라며 “여러가지를 감안해 조직 체제 정비를 한 것이고 제1차관이 한반도본부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대행 체제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일본과 북한 사이에 정상회담 가능성이 무르익고 있는 가운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북한의 여러 동향 중 하나로 얘기됐다”며 “북한과의 접촉에 있어서 서로 긴밀하게 사전 정보 공유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거기에 다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