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7공군 패트릭 로(왼쪽) 대령이 6일 한국 공군 나정흠 6전대장에게 감사장을 전달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공군

“이번 일로 한미 동맹은 더욱 공고해질 겁니다.”(미7공군 패트릭 로 대령) “굳건한 한미 동맹하에서 당연히 해야 할 임무였습니다.”(나정흠 공군 6전대장)

6일 오후 청주 공군 제6탐색구조전대(6전대)에서는 감사장 증정식이 있었다. 1월 31일 서해 군산 해상에서 기체 이상으로 비상 탈출한 주한미군 F-16 조종사를 구해준 우리 공군 6전대 부대원 6명에게 주한미군이 감사를 전하는 자리였다. 감사장에는 “전우를 구하기 위해 신속히 행동해준 기여와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우리는 오래도록 간직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6전대 측은 “미군으로부터 이런 감사 표시를 받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라고 했다.

한국 공군이 지난 1월 조종사 탐색 구조 훈련을 하는 장면. /공군

탐색구조 임무를 전문으로 하는 공군 특수부대 6전대는 한미 동맹이 상호호혜적으로 진화해온 상징 중 하나다. 한국은 2008년 9월 30일 ‘한반도 지역 조종사 주야간 탐색구조 임무’를 미군으로부터 건네받았다. 과거에는 미국이, 이후에는 한미가 함께 조종사 탐색구조 임무를 수행했지만 이날 이후로는 한반도에서는 미군 조종사 구출 임무가 한국 공군으로 완전히 이관된 것이다. 한국 공군이 세계 최강 미 공군이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조종사 구조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다.

지난 1월 31일 상황도 그랬다. 오전 8시 44분 6전대에 비상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미 공군 소속 F-16 전투기 한 대가 군산 앞바다에 추락하면서 구조 신호를 보낸 것이다. 조종사는 비상 탈출 레버를 당기고 탈출한 상황이었다. 서산에서 비상대기 중이던 6전대 소속 블랙호크(HH-60) 구조헬기가 오전 8시 54분 임무 브리핑을 받고 군산 해상으로 향했다. 약 20분 뒤 도착한 현장에서 조종사를 포착했다. 당시 바닷물의 온도는 6~7도. 방수복을 입고 있는 조종사도 40분이 지날 경우 저체온증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군 특수요원인 항공구조사들은 헬기에서 구조용 인양기 호이스트(hoist)를 내렸다. 구조사 유정민 하사는 바다를 30m 헤엄쳐가 조종사를 구조, 헬기로 끌어올렸다. 구조된 미 공군 조종사는 평택 미군기지로 후송됐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이 미7공군 사령관 데이비드 아이버슨 공군 중장 명의의 감사장을 이날 전달한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6전대는 2012년 충남 서천, 2023년 군산 어청도 해상 등에서도 비상 탈출한 미 공군을 구조했다. 2016년에는 울릉도 해상에서 응급 상황이었던 미 해군 병력을 후송하면서 실력을 입증했다.

1월 31일 블랙호크 헬기를 조종했던 6전대 김순재 대위는 본지 통화에서 “세계 최강 미군이 우리를 믿고 목숨을 맡긴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구조사 유경민 중사는 “조난된 미군 조종사가 저체온 증상을 보이는 등 해상에서의 구조작전이 쉽지 않았다”면서도 “헬기에 조난자를 탑승시킨 순간에는 ‘아,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공군 관계자는 “주일 미군의 경우 미군이 자체 구조헬기를 운용하고 있는데 주한 미군은 이를 우리 공군에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며 “한미 동맹이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한미연합사 관계자도 “미국이 이렇게 주둔국에 구조를 일임하는 사례는 아주 드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