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정찰위성 2호기를 실은 미 우주 기업 스페이스 X의 ‘팰컨9′ 로켓이 7일 오후 7시 17분(현지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가 탑재된 정찰위성 2호기는 날씨와 무관하게 북한 전역을 감시할 수 있다. 국방부는 내년까지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할 예정이다. /국방부

날씨와 무관하게 언제든 촬영이 가능한 우리 군의 군사 정찰위성 2호기가 8일 우주 궤도 진입 후 지상 교신에 성공했다.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가 탑재된 정찰위성 2호기의 성공적 발사를 계기로 대북 군사 동향에 대한 더욱 면밀한 감시·추적이 가능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방사청)은 8일 오전 8시 17분쯤(미국 현지 시각 7일 오후 7시 17분) 우리 군 정찰위성 2호기를 미국 플로리다 소재 케네디 스페이스 센터에서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군 정찰위성 2호기는 미국 우주 기업 스페이스Ⅹ의 발사체 ‘팰컨9′에 탑재돼 발사됐다. 국방부는 “군 정찰위성 2호기는 발사 약 45분 후 정상적으로 분리됐고 이어 한국 시각 10시 57분쯤 해외 지상국과 교신에도 성공했다”며 “위성 상태가 양호하고 궤도에도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정찰위성 2호기는 발사 54분 만인 오전 9시 11분쯤 해외 지상국과 교신을 시도했지만 진행되지 않았다가 2차 시도에서 성공적으로 교신이 이뤄졌다. 정찰위성 2호기는 수개월간 운용 시험 평가를 거쳐 대북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날 정찰위성 2호기 발사 상황을 생방송으로 지켜본 신원식 국방 장관은 “군 정찰위성 2호기의 성능은 현존하는 SAR 위성 중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이제 나쁜 기상 상황에도 북한 전역을 선명하고 정밀하게 감시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정찰위성 2호기에는 SAR이 탑재됐다. ‘합성 개구 레이더’라고도 불리는 SAR은 구름이 잔뜩 낀 날 등 날씨와 무관하게 원하는 표적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SAR은 촬영하고자 하는 시설이나 대상을 좌표로 설정한 뒤 전자파를 쏘면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든다. 반면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촬영 장비가 사용된 정찰위성 1호기는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듯 가시광선을 활용해 직접 촬영하기 때문에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지만, 구름이 많이 낀 날에는 사용이 제한된다.

SAR을 통해 만들어진 영상은 흑백으로 나타나고, 상대적으로 가독성이 떨어져 전문 판독관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SAR 위성을 도입한 것은 한국은 1년 중 흐린 날이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날씨 영향에서 자유로운 SAR 위성을 이번에 처음으로 확보함에 따라 대북 감시·정찰 능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찰위성 1호기는 지구의 극지방을 지나는 태양 동기 궤도로 지구를 도는 반면, 2호기는 적도를 중심으로 살짝 기울어진 경사궤도로 돈다. 태양 동기 궤도는 한반도를 지나는 시점이 하루에 두 번 일정하게 유지된다. 반면 경사궤도는 한반도를 지나는 시각이 한 번은 낮, 다음 번은 밤, 또 다음 번은 새벽 등 계속 바뀌지만, 태양 동기 궤도보다 같은 장소를 자주 방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정 지역 방문에 최적화된 설계 시스템이라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정찰위성 1호기는 하루에 두 번 한반도를 촬영할 수 있지만, 2호기는 하루 4∼6회 정도로 2배 이상 자주 방문해 촬영할 수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내년까지 정찰위성 1·2호기를 포함해 중대형 위성 5기를 확보할 예정이다. 3~5호기도 모두 SAR 위성이다. 정찰위성 5기를 모두 확보하면 북한 내 특정 표적을 2시간 단위로 감시·정찰할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우리 군의 정찰위성 1호기는 작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고, 6∼7월부터 북한 내 주요 표적을 감시하는 임무에 돌입한다.

군 정찰위성 기능을 미국에 의존해 오던 우리 군은 2015년 독자적 위성 정보 확보를 위한 ‘425 사업’에 착수한 뒤 작년 12월 1차 군 정찰위성에 이어 이번에 2차 위성 발사를 마쳤다. 내년까지 확보 예정인 중대형 정찰위성 5기 외에도 2030년까지 소형 및 초소형 정찰위성 50∼60기 확보도 추진 중이다. 무게 800∼1000㎏인 중대형 정찰위성 5기는 모두 스페이스Ⅹ의 팰컨9에 탑재돼 발사되고, 무게 500㎏ 미만인 소형 정찰위성과 무게 100㎏ 미만인 초소형 정찰위성은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고체연료 우주 발사체에 탑재돼 발사될 예정이다. 발사 시기는 소형 정찰위성이 2026∼2028년, 초소형 정찰위성이 2028∼2030년으로 전해졌다.

소형 정찰위성까지 확보되면 북한 정찰 주기는 30분까지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기습 동향 등을 포착할 확률이 그만큼 커진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