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유명 삼바 클럽에서 열창하고 있는 임기모 브라질 대사. /가디언

부산 출신인 환갑의 외교관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클럽에서 삼바 노래를 부르며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임기모(59) 브라질 대사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19일 “브라질의 한국 대사는 의외의 삼바 스타”라며 “문제의 연예인은 평범한 리우의 삼바 스타가 아니고 지구 반대편의 매우 다른 해변 도시에서 온 한국 외교관”이라고 보도했다.

“삼바는 저에게 기쁨을 주고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50년 전 고향인 부산에서 처음 삼바 음악을 접했다는 임 대사는 ‘카니발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 현지에서 가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유창한 포르투갈어로 이렇게 말했다.

과테말라 참사관, 멕시코 공사참사관, 자메이카 대사대리, 외교부 중남미국 국장 등을 지낸 임 대사는 2018년 아르헨티나 대사에 이어 2021년 브라질 대사로 임명됐다. 외교관으로서 정년을 앞두고 있는 임 대사는 브라질 부임 이후 삼바 히트곡들을 클럽에서 열창하면서 현지에서 “한국 소프트 파워의 승리” “진정한 외교관”이라는 입소문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부산에서 삼바 음악을 들은 지 50년이 지난 후에야 음악을 사랑하는 이 한국 출신 대사는 브라질에 자리를 잡게 됐다”며 “전혀 삼바 스타가 될 것 같지 않은 이 외교관이 자신의 진정한 소명을 찾은 곳은 브라질이었다”고 전했다.

임기모 브라질 대사. /가디언

임 대사가 브라질에 부임했던 2021년 5월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극심했던 때였다. 당시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코로나 누적 사망자가 40만명이 넘고 하루 사망자가 3000명에 달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절정에 달했다. 임 대사는 인터뷰에서 “사회 분위기가 상당히 우울했다”며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았다”고 했다.

임 대사는 브라질 국민들의 기운을 북돋고 북한의 핵 위협과 6·25 전쟁 같은 이미지로만 인식되는 한국을 현지에 제대로 알리기 위해 삼바 클럽에서 브라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제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웃고 행복해 했다”며 “브라질 시민들은 계속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브라질 소셜미디어 등에서 ‘삼바 노래를 부르는 한국 대사’로 화제가 된 임 대사는 작년 리우 시장과 함께 삼바 공연을 하고 유명 가수와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현지 매체들은 “임 대사의 공연은 감정과 에너지로 가득 차있다”고 평했다.

가디언은 “지난 15일 임 대사가 리우의 유명 삼바 클럽(Renascença)에서 브라질 맥주 다섯 잔의 도움으로 긴장을 푼 뒤 공연을 했다”고 전하며 “이 클럽 무대에 올랐을 때 임씨의 ‘가수 생활’은 새로운 수준에 이르렀다. 군중은 열광했다”고 전했다. 이 클럽의 삼바 세션 무대에 현직 외국 대사가 초청된 것은 임 대사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세계가 한국을 즐겁고, 행복하고, 유머러스한 나라로 봤으면 좋겠습니다.”

가디언은 임 대사의 발언을 소개하며 “압도적으로 열광적이었던 대중의 반응은 그가 자신의 목표를 이뤄냈다는 것을 암시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