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을 뜨겁게 달군 예상 밖의 삼바 스타는 지구 반대편의 매우 다른 해변 도시에서 온 한국 외교관이다.”(영국 매체 가디언 19일 보도)
부산 출신인 한국 외교관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클럽에서 삼바 노래를 부르며 현지에서 뿐만이 아니라 서구 외신에서도 화제다. 주인공은 임기모(59) 주브라질 한국 대사.
지난 15일(현지 시각) 임 대사는 리우에서 손꼽히는 유명 삼바 공연장 헤나센사(Renascença Clube)에서 브라질 인기 삼바 그룹과 함께 공연했다. 그는 브라질 삼바계의 ‘전설’로 꼽히는 아도니랑 바르보사의 노래를 부르며 청중으로부터 뜨거운 환호를 얻었다. 이 클럽의 삼바 무대에 현직 외국 대사가 초청된 것은 임 대사가 처음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은 “임 대사의 공연은 감정과 에너지로 가득 차있다”고 평했다.
외교관으로서 정년을 앞두고 있는 임 대사는 브라질 부임 이후 삼바 히트곡들을 클럽에서 열창하면서 현지에서 “한국 소프트 파워의 승리” “진정한 외교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테말라 참사관, 멕시코 공사참사관, 자메이카 대사대리, 외교부 중남미국 국장 등을 지낸 임 대사는 2018년 아르헨티나 대사에 이어 2021년 브라질 대사로 임명됐다.
그의 뜻밖의 스타덤은 브라질 대사로 임명된 이후 대사관저 만찬에서 브라질 국민 가요 에비덴시아스(Evidencias)를 열창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가 만찬에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2022년 브라질 소셜미디어를 통해 뒤늦게 확산하며 ‘역주행’이 시작됐다. 브라질 소셜미디어에서는 ‘최고의 대사’ ‘귀엽다(fofo)’와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원곡 가수인 치타오지뉴(Chitaozinho)는 그와의 영상 통화에서 “먼 곳에서 온 대사님이 원곡 뜻 그대로 진심을 담아 노래하는 모습이 매우 놀라웠다”고 했다.
임 대사의 삼바 열창에는 브라질 국민을 위로하고 이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려는 뜻이 있었다고 한다. 임 대사가 브라질에 부임했던 2021년 5월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극심했던 때였다. 당시 브라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코로나 누적 사망자가 40만명이 넘고 하루 사망자가 3000명에 달하는 등 사회적 혼란이 절정에 달했다. 임 대사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사회 분위기가 상당히 우울했다”고 했다.
임 대사는 브라질 국민들의 기운을 북돋고 북한의 핵 위협과 6·25전쟁 같은 이미지로만 인식되는 한국을 현지에 제대로 알리기 위해 삼바 클럽에서 브라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제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웃고 행복해 했다”며 “브라질 시민들은 계속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브라질 행정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K-페스티벌’ 행사 등 각종 자리에서 임 대사는 삼바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삼바는 저에게 기쁨을 주고 저를 행복하게 한다”며 “세계가 한국을 즐겁고, 행복하고, 유머러스한 나라로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디언은 “부산에서 삼바 음악을 들은 지 50년이 지난 후에야 음악을 사랑하는 이 한국 출신 대사는 브라질에 자리를 잡게 됐다”며 “전혀 삼바 스타가 될 것 같지 않은 이 외교관이 자신의 진정한 소명을 찾은 곳은 브라질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