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 흉상의 육사 밖 이전을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군 소식통은 30일 “육사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밖으로 옮기지 않고 육사 안 별도 장소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는 육사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육사는 지난해 8월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밖으로 내보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홍범도 장군을 포함한 지청천·이회영·이범석·김좌진 등 육사 내 독립운동가 흉상은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만들어졌다. 이들 중 홍범도 장군 흉상은 외부로 이전하고 나머지 독립운동가 흉상은 육사 안에서 재배치하겠다는 안이었다.
당시 육사는 “홍범도 등 독립군·광복군 영웅 흉상은 위치의 적절성, 국난 극복의 역사가 특정 시기에 국한되는 문제 등의 논란이 있어 재정비 대상에 포함됐다”며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했다. 당시 이종섭 국방 장관도 국회에 출석해 “북한을 대상으로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육사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했다.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입당 경력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수립되기도 전인 100여 년 전 공산주의 이념을 가졌다고 독립운동가인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육군 관계자는 이날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포함해 육사에서는 기념물 재배치 위원회를 운영해 종합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현재 존치·이전 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다른 군 관계자도 “여러 안 중 하나일 뿐이고 ‘존치’가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안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도 “역사 문제에 군이 끼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만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군 정보 소식통은 “육사는 국방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방부 내부적으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내 재배치하는 안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