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이 중국이나 동남아·중동 등 여러 국가에서 우리 공관원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테러를 준비 중인 징후가 포착돼 정부가 2일 동남아와 중국, 러시아의 5개 재외공관에 대한 테러 경보를 ‘관심’에서 ‘경계’로 두 단계 상향 조정했다.
테러 경보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의 4단계로 구분되는데 그중 ‘경계'는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를 뜻한다. ‘경계’로 테러 경보가 상향된 공관은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주재 대사관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선양 총영사관이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선양은 북한과 가깝고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북한과 긴밀한 관계가 있어 이곳에 파견된 북한 기관원들의 숫자가 많고 활동도 활발하다.
국정원은 “최근 북한이 중국과 동남아·중동 등 여러 국가에서 우리 공관원이나 국민 대상으로 테러를 준비 중인 징후가 다수 입수”됐다며 “북한은 해당 국가들에 요원들을 파견하여 대한민국 공관 감시를 확대하고, 테러 목표로 삼을 우리 국민을 물색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종식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기체류 해외파견자들의 귀북(歸北)이 시작되면서, 북한 체제에 회의를 느낀 공관원·무역일꾼·유학생 등 엘리트들의 이탈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파견 북한인들을 관리·감시하는 공관 간부 및 보위성 등 특수기관원들이 ‘자발적인 이탈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외부 소행으로 김정은에게 허위 보고하고, 우리 공관원 대상 보복을 기도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던 북한의 공관원, 무역일꾼, 유학생 등이 귀국을 피해 이탈하는 일이 속출하자, 해외 파견자를 감시해야 하는 공관 간부나 보위성 등 특수기관원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역으로 우리 공관원을 납치하는 등의 테러를 기획하고 있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교부와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는 이날 ‘테러대책실무위원회’를 개최해 재외공관의 테러 대비 현황을 점검하고 공관과 공관원의 안전 확보 조치를 협의했다.
국정원은 “北 테러 위협 징후가 포착된 국가들뿐만 아니라 그 밖의 지역에서도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보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외교부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우리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