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군·경·소방 통합 방위훈련에서 경찰특공대가 건물 안 테러범을 향해 실탄사격을 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신현종 기자

북한이 중국·동남아·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우리 공관원이나 국민을 대상으로 테러를 준비 중인 징후가 포착돼 정부가 2일 동남아와 중국, 러시아의 5개 재외공관에 대한 테러 경보를 ‘관심’에서 ‘경계’로 두 단계 상향 조정했다. 테러 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로 구분되며, 경계는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를 뜻한다.

국무조정실 대테러 센터와 외교부는 이날 ‘테러 대책 실무위원회’를 개최해 재외공관의 테러 대비 현황을 점검하고 캄보디아, 라오스, 베트남 주재 대사관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선양 총영사관에 대한 테러 경보를 경계로 상향했다. 북한 테러 위협으로 재외공관의 테러 경보가 경계로 조정된 것은 드문 일이다. 북 테러 가능성 때문에 재외공관 테러 경보가 상향 조정된 것도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14년 만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전 재외공관의 테러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최근 북한이 중국과 동남아·중동 등 여러 국가에서 우리 공관원이나 국민 대상으로 테러를 준비 중인 징후가 다수 입수”됐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해당 국가들에 요원들을 파견하여 대한민국 공관 감시를 확대하고, 테러 목표로 삼을 우리 국민을 물색하는 등 구체적인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테러를 기획하는 이유에 대해 국정원은 “코로나 종식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기 체류 해외 파견자들의 귀북(歸北)이 시작되면서, 북한 체제에 회의를 느낀 공관원·무역 일꾼·유학생 등 엘리트들의 이탈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해외 파견 북한인들을 관리·감시하는 공관 간부 및 보위성 등 특수기관원들이 ‘자발적인 이탈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외부 소행으로 김정은에게 허위 보고하고, 우리 공관원 대상 보복을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경계로 테러 경보가 상향된 공관 가운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중국 선양은 북한과 가깝고 북한 공작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1996년 평양의 달러 위조 공장과 북한의 마약 밀매 실태 등을 조사하던 국정원 파견 최덕근 영사가 괴한의 칼에 피살된 적 있다. 그의 몸에서는 북한 공작원들이 ‘만년필 독침’에 주로 사용하는 ‘네오스티그민 브로마이드’가 검출됐다. 선양과 가까운 중국 단둥에서도 2011년 탈북자들을 돕던 김창환 선교사가 의문사했는데, 그의 피가 묻은 장갑에서 같은 독극물이 검출됐다.

이곳과 함께 경계 경보가 내려진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는 탈북자가 많은 ‘탈북 루트’이면서, 과거 북한과 밀착 관계를 맺었던 전통적 북한의 우방국이기도 하다. 국정원은 “北 테러 위협 징후가 포착된 국가들뿐만 아니라 그 밖의 지역에서도 테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보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외교부 등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우리 국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