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한 리창(오른쪽) 중국 총리가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따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삼성전자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26일 방한한 리창 중국 총리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별도로 면담했다. 리 총리가 방한 중 우리 기업인을 만난 것은 이 회장이 유일하며, 이번 만남은 리 총리 측이 초청하는 방식이었다.

리 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이 회장을 만나 “삼성을 포함한 한국 기업들이 중국 투자를 확대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리 총리는 “중국과 한국의 산업 공급망은 깊게 얽혀 있어 이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며 “삼성과 중국의 협력은 양국 간 상생 발전의 생생한 축소판”이라고 했다.

리 총리는 “고급 제조,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 녹색 발전, 바이오 의약품 등 새로운 분야로 중·한 무역 협력을 업그레이드하자”면서 “삼성 등 한국 기업이 대중국 투자·협력을 확대해 중국의 새로운 발전이 가져다준 더 많은 새 기회를 함께 누리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과의 면담을 통해 한국 기업 전체에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외자 기업은 중국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힘”이라며 “우리는 제도적 개방을 꾸준히 추진하고 외국인 투자 기업에 대한 내국민 대우를 시행해 더 나은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회장은 “코로나 시절 삼성의 생산이 중단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신 점 깊이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중국에서 계속 발전해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리 총리는 그동안 삼성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2018년부터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국제 수입 박람회’를 해마다 방문해 6년 연속 삼성전자 부스를 찾았다. 삼성은 중국에 반도체·가전·LED·디스플레이·배터리·선박 등 10여 개의 생산 거점을 운영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메모리 반도체는 중국 IT 산업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발표하는 중국 외자 기업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평가 순위에서 삼성은 2013년부터 11년 연속 1위를 하고 있다. 이 회장이 오래전부터 구축해 온 중국 네트워크도 이번 면담의 배경이 됐다. 이 회장은 지난해엔 베이징에서 중국 발전 고위급 포럼에 참석하고, 톈진시를 찾아 시 주석의 최측근인 천민얼 당서기와 면담하기도 했다.

이날 면담에는 중국 측에서 우정롱 국무원 비서장, 진좡롱 공신부장, 왕원타오 상무부장, 쑨예리 문화관광부장이, 삼성 측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DS부문장), 노태문·박학규 삼성전자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