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6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을 앞두고 지난해 출범한 한·일, 일·한 미래 파트너십 재단에 대한 기업의 출자를 늘려 청년 세대의 교류를 촉진하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는 4년 5개월 만의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이날 방한했다.

회담 모두 발언에서 윤 대통령이 “작년 3월 12년 만에 셔틀 외교가 재개된 이후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총리님과 제가 각각 두 번씩 양국을 오가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하자, 기시다 총리는 “제가 세어봤는데 오늘 회담이 10번째 대면 회담”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도쿄 한·일 정상회담, 5월 히로시마 주요 7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고,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한·일 정상회담차 서울에 왔다.

그래픽=백형선

이날 회담 후 브리핑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작년 6월 한국에서는 한·일 미래 파트너십 재단이, 일본 측에서는 일·한 미래 파트너십 재단이 출범해 한국에서 10억원, 일본에서 1억엔 규모의 자금을 출자했는데 이번 주에 일본이 먼저 추가로 2억엔을 모금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한경협(한국경제인협회) 측에서도 파트너십 재단의 기금을 확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일, 일·한 미래 파트너십 재단은 지난해 3월 우리 정부가 발표한 강제징용 문제 해법과 연계돼 있다. 이 해법의 골자는 대법원에서 배상 책임이 인정된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우리 정부 산하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재단’이 민간의 출연금을 모아 징용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 판결금을 주는 ‘제3자 변제’였다. 일본 기업이 직접 배상에 참여하지 않는 점에 대한 보완책으로는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한경협의 전신)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이 각각 10억원과 1억엔을 출자해 청년 교류 등 다양한 공동 사업을 하는 미래 파트너십 재단을 만들게 됐다. 징용 문제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도 게이단렌 회원사로 회비를 내기 때문에 ‘간접 배상’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 우리 측 해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건 이번이 10번째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 보도에 따르면 게이단렌은 회원사들이 낸 기부금이 기존 목표액인 1억엔을 갑절 이상 웃돌자 관련 사업 확충을 발표했다. 일본 피고 기업들은 별도의 기부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과거사를 극복하기 위한 재단에 대한 기부가 늘어난 것은 한·일 관계의 청신호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로 라인야후가 네이버와 지분 관계를 정리하도록 압박을 받으면서 양국의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며,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의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 잘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겠다”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에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 기업들의 일본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은 불변”이라며 “이번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 보라는 요구 사항”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한일 정부 간에 초기 단계부터 이 문제를 잘 소통하면서 협력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소통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두 정상은 또 “(한·일·중 3국 정상회의 계기에) 중국을 적극적으로 관여시키고 3국이 양자 간, 3자 간, 역내 질서에서의 협력 방안을 새롭게 모색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힘을 모아가자”고 합의했다고 김 차장은 전했다. 또 양측은 글로벌 수소 공급망 확대를 위한 ‘한·일 수소 협력 대화’와 핵심 광물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자원 협력 대화’를 신설해 다음 달 중순 출범시키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