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숨진 육군 훈련병이 간부에게 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을 받았다는 의혹이 27일 제기됐다. 규정에 없는 ‘완전군장 구보·팔굽혀펴기’를 시켰다는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던 상황과 관련해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구체적인 상황은 (군 당국이) 민간 경찰과 조사 중이어서 설명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사망한 훈련병은 간부 지시에 따라 완전군장한 상태로 연병장을 구보(달리기)로 돌았고 완전군장 차림으로 팔굽혀펴기도 했다고 한다. 군기훈련 규정에 따르면 수십㎏에 달하는 완전군장 상태에서는 걷기만 시키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것이다. 군기훈련은 군기 확립을 위해 장병에게 지시하는 체력 단련 등을 말한다. 과거 ‘얼차려’에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군은 근거 규정과 절차를 마련해 제도화했다.
육군은 사망한 훈련병이 군기훈련을 받은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육군에 따르면 사망한 훈련병은 지난 13일 해당 부대 신병교육대로 입대했다. 23일 군기훈련 중 쓰러져 민간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받았지만 25일 숨졌다. 이 훈련병이 기저 질환을 앓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육군은 훈련병이 사망한 지 만 하루가 지난 26일 밤 이를 공개했다. 육군은 “유가족이 보도를 원치 않았고 지금도 원치 않고 있다”고 했다. 육군은 사망한 훈련병의 순직을 결정하면서 일병으로 추서했다.
최근 육군에서는 사망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세종시 모 부대에서 신병 교육을 받던 훈련병이 수류탄 사고로 숨졌다. 27일에는 강원도 모 부대 위관급 장교가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군 전문가들은 “훈련병 사고가 교육 기관의 규정 위반에 따른 것인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해 유가족 등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한다”고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군기훈련이 군기 확립이란 목적을 넘어 체벌성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