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을 어긴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 병원에 실려가 이틀만에 숨진 훈련병이 군기훈련 후 ‘횡문근융해증’ 증상을 보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무리한 근력운동을 했을 때 골격근세포가 손상돼 장기를 파괴하는 병이다. 군장 무게를 늘리기 위해 책을 집어넣어서 무게를 맞췄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7일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 위로 먹구름이 드리워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연합뉴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5일 사망한 육군 강원도 모 부대 훈련병은 사망 전 횡문근융해증 증상을 보였다고 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횡문근융해증은 외상·운동·수술 등의 이유로 근육에 에너지 공급이 충분히 되지 않아 괴사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생긴 독성 물질이 순환계로 유입돼 신부전증·급성세뇨관괴사 등을 일으키는 병이다. 해당 훈련병이 규정에 없는 ‘완전군장 구보·팔굽혀펴기’ 기합을 받으면서 무리가 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의대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무리한 운동을 할 경우 횡문근융해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군 정보 소식통은 “정밀 부검이 끝나야 횡문근융해증으로 사망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며 “약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다.

당시 군기훈련 과정에서 ‘완전군장’ 무게를 맞추기 위해 책 따위를 집어넣어 수십㎏에 달하는 ‘완전군장’을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같은 신병교육대에 아들을 보냈다는 한 훈련병 부모는 훈련병 커뮤니티 ‘더 캠프’에 올린 글에서 “20㎏에 책 같은 걸 더 넣게 해서 40㎏만들어 메고 3시간 정도 ‘뺑뺑이’ 얼차려를 줬다”고 주장했다. 군 정보 소식통은 “책을 넣은 정황이 있다는 말이 돈다”고 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입대 열흘밖에 안된 훈련병에게 완전군장을 위한 장구류가 모두 지급돼있지 않을 수 있다”며 “군장 무게를 맞추기 위해 책 등으로 무게를 늘렸을 수 있다”고 했다.

육군은 이날 훈련병 사망사건을 민간 경찰에 이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우석 육군 공보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간 경찰과 협조해 조사를 진행했고 조사 과정에서 군기훈련간 문제점이 식별돼 경찰 수사가 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오늘 강원경찰청에 이첩하게 됐다”며 “육군은 한점 의혹 없이 투명하고 정확하게 규명되도록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군사법원법 개정에 따라 군은 군인 사망 사건에 대한 검시·검증 결과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 혐의를 파악하는 즉시 사건을 민간으로 이첩해야 한다. 육군이 규정과 절차에 맞지 않는 군기훈련을 받고 이틀 만에 훈련병이 숨진 것에 대해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본 것이다. 육군은 누구를 어떤 혐의로 이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육군에 따르면 사망한 훈련병은 지난 13일 해당 부대 신병교육대로 입대했다. 23일 군기훈련 중 쓰러져 민간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받았지만 25일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