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강원 인제군의 모 부대 위병소 위로 먹구름이 드리워 있다. 이 부대에서는 최근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진 뒤 이틀 만에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연합뉴스

육군훈련소에서 군기 훈련을 받던 중 쓰러져 이틀 뒤 사망한 훈련병이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에서 ‘선착순 달리기’를 하는 등 가혹 행위에 준하는 훈련을 받은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군장 무게를 늘린다며 책 여러 권도 넣게 했다고 한다. 군 수사 당국은 해당 부대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에게 과실치사 혐의 등을 적용해 민간 경찰로 사건을 28일 이첩했다.

사망한 훈련병은 지난 23일 무게 20㎏ 이상의 완전군장을 한 채 보행·구보·팔굽혀펴기·선착순 달리기 등을 반복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군장 달리기’ 등은 규정 위반이다. 이 훈련병은 얼차려를 반복적으로 받다가 약 40분이 지난 오후 5시 10분쯤 쓰러졌다. 관련 정황 일부는 CCTV 등에도 기록돼 있다고 군은 밝혔다.

군 관계자는 쓰러진 훈련병이 횡문근융해증과 열사병 증상을 보였다고 했다. 횡문근융해증은 무리한 운동·과도한 체온 상승이 원인이 돼 발생한다. 근육이 괴사하고 신장 등 장기에 치명적 손상을 입힌다. 훈련병은 콜라색 소변을 보는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숨진 훈련병은 약 40도에 달하는 고열 등 열사병 증상도 보였다. 질병관리청은 28일 사망한 훈련병이 올해 첫 온열 질환 추정 사망자로 집계됐다고 했다. 훈련병이 군기 훈련을 받던 오후 5시쯤 강원 인제군 기온은 27.4도였다.

부중대장(중위)이 얼차려를 시작했고 중대장(대위)은 중간에 합류해 현장에서 훈련을 지시·통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수사 당국은 두 간부에게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강원지방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육군은 “해당 중대장과 부중대장은 관련 혐의가 확인되면서 민간 경찰 이첩 하루 전인 27일 오전 8시부로 직무 배제했다”며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