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대통령과 한·UAE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대통령실

29일 서울에서 열린 한·아랍에미리트(UAE)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체결하고 경제·투자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각종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작년 1월 UAE 국빈 방문에 이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이 답방한 것을 계기로 양국 간 협력 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그 폭이 확대됐다. 대통령실은 “새로운 중동붐의 모멘텀을 강화하고 구체적 결실을 이뤄가는 경제·민생 외교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중동 국가와의 활발한 정상 외교를 통해 ‘제2의 중동 붐’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한·UAE는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에너지, 경제·투자, 원자력, 국방 등 핵심 분야에서 19건의 MOU를 체결했다. 윤 대통령이 작년 1월 UAE를 국빈 방문했을 때 무함마드 UAE 대통령이 한국에 약속한 300억달러(약 40조원) 투자 방침을 이날 재확인한 데 이어 추가 투자를 이끌어낸 것이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간 ‘LNG 운반선 건조의향서’를 체결하면서 한국 기업은 최소 6척(약 15억달러 규모)의 LNG 선박을 수주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윤 대통령은 “협력의 성과가 빠르게 나타난 것은 그만큼 양국 관계가 최상의 상태에 이르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고,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UAE 관계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UAE의 300억달러 투자 약속 가운데 60억달러는 무바달라 등 UAE 기관이 투자 유치를 확정해 검토 단계에 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에서 “그간 산업은행, 무바달라 국부펀드 간 이뤄지던 투자 협력 채널은 양국 투자 관련 기관을 추가로 참여시키면서 다양화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아랍 국가 중 처음으로 UAE와 CEPA를 체결한 것은 자유 무역과 투자 환경 조성을 위한 제도적 토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CEPA가 체결되면서 양국은 교역 품목의 90% 이상에 대해 10년 내에 관세를 철폐하고 상품 시장을 개방한다. 대통령실 박춘섭 경제수석은 “전기차 중 10인 이상 대형차는 관세가 즉시 철폐돼 중동 건설 시장이 부흥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UAE가 다른 나라에 개방하지 않았던 온라인 게임서비스도 한국에 처음 개방하기로 해 국내 게임 업체가 UAE 현지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의료시장도 한국에 개방하기로 해 한국 업체가 UAE에서 산후조리, 물리치료 등 의료서비스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이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 1~4호기의 성공을 기반으로 후속 원전 건설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은 원자력 연료 공급망, 소형모듈원전(SMR) 등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양국은 400만 배럴 규모인 공동 원유 비축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수소 분야에서도 정부 간 협력 MOU가 체결됐다. 한·UAE는 협력 범주를 AI(인공지능)를 비롯한 첨단 분야로 확장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이 이날 오후 출국하기 전엔 대통령 생활공간인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정원을 거닐며 차담을 했다. 차담에는 전날 친교 일정 및 만찬에 이어 무함마드 대통령의 장녀인 마리암 빈트 국책사업 담당 부의장이 동행했다. 마리암 부의장이 무함마드 대통령의 해외 국빈 방문에 동행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김건희 여사는 마리암 부의장에게 “한국을 첫 국빈 방문 수행 국가로 선택해 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하자, 무함마드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을 가족처럼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오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 주요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등도 참석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선 공군 블랙이글스 8대가 UAE 국기 색이 나는 연기를 내뿜으며 축하 비행을 했다. UAE에 다녀왔거나 파병 훈련 중인 아크부대원 500여 명이 거수경례로 무함마드 대통령을 맞았다. 예포 21발 발사에 이어 UAE 국가와 애국가가 연주됐다. 어린이 환영단은 양손에 태극기와 UAE기를 흔들며 아랍어로 “앗살라무 알라이쿰(안녕하세요)”이라고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