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 방문한 28일 오후 서울 남산타워에 UAE 대통령을 환영하는 UAE 국기 색(붉은색, 녹색, 흰색, 검은색)의 조명이 켜져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30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방한 때 곳곳에서 ‘문화 외교’가 펼쳐졌다며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산책과 차담을 하거나 전통문화 공연을 함께 관람했고, 1박 2일간의 첫 국빈 방한을 마치고 전날 출국했다.

방한 첫날 만찬 장소는 기존 외빈 방문 때 주로 사용하던 청와대 영빈관이 아닌 청와대 본관 2층이었다. 과거 대통령 집무실과 부속실, 영부인 생활공간 등이 있던 장소로, 이곳 테라스를 개방한 것은 외국 정상 중 처음이다. 테라스 뒤로 남산 서울타워에 UAE 국기를 표현한 야간 점등이 켜지자 UAE 관계자들이 탄성을 자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식사 후 테라스에선 숙명 가야금연주단과 해금앙상블 등 전통 20인조 대규모 전통 현악단의 현악 하모니 공연이 펼쳐졌다.

대통령실은 최고의 예우를 위해 무함마드 대통령 도착 후 첫 행사 장소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을 택했다. 창덕궁 후원은 태종이 창덕궁을 창건할 당시인 1405년 조성된 곳이다. 무함마드 대통령이 평소 산책을 즐긴다는 것을 염두에 둔 일정이었다. 윤 대통령은 무함마드 대통령 방한 전 산책로를 직접 답사하며 주변 환경과 동선을 꼼꼼하게 챙겼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창덕궁 후원에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대통령과 산책하고 있다. /대통령실

양국 정상은 산책 후, 영조의 친필 현판이 걸려 있는 영화당(暎花堂)에 마주 앉아 차담을 했다. 이번 차담은 무형문화재 124호로 궁중채화 이수자인 최성우 총괄디렉터가 이끌었다. 한국의 전통 관악기 대금의 이영섭 명인이 조선시대부터 전승된 ‘청성곡(淸聲曲)’을 연주했다. 국립국악원은 고려시대 이전부터 전래된 궁중무용인 ‘학연화대무(鶴蓮花臺舞)’를 선보였다.

29일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도 UAE 정상이 탑승한 차량 호위는 전통의장대가 맡았다. 조선시대 정조의 수원화성 행차를 그린 ‘원행을묘정리의궤’를 기반으로 지휘와 취타대, 호위군 등 총 103명 규모로 재구성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 일정으로 무함마드 대통령을 한남동 관저로 초대해 차담을 했다. 피아니스트 박종훈, 바리톤 이응광, 소프라노 최정원 등이 전통음악과 퓨전 음악을 선보였다.

윤 대통령 부부가 키우는 은퇴 안내견 새롬이, 최근 구조한 유기묘가 며칠 전 낳은 새끼 고양이가 분위기를 북돋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리트리버를 반려견으로 키우고, 장녀인 마리암 국책담당 부의장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첫 국빈 방한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과 친교 만찬을 위해 만찬장으로 이동하며 생황 연주를 감상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차담에서 1박 2일간 국빈 방한 사진을 담은 액자와 동영상을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건희 여사는 이번 방한에 참석하지 않은 UAE의 ‘국모’이자 무함마드 대통령의 모친인 파티마 여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파티마 여사는 작년 1월 UAE 국빈 방문 당시 김 여사를 아부다비 바다궁으로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김 여사는 편지에서 “여사님께서 보여주신 한국과 저희 부부에 대한 존중, 그리고 배려를 결코 잊을 수 없다”며 “한국과 UAE 두 나라의 성숙한 우정이 역사 속에서 빛나는 업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적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한 이번 외교적, 경제적 성과 뒤에는 한국의 전통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품격 높은 문화외교의 힘이 있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