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노역에 투입됐던 니가타현(縣)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외교부는 7일 “일본이 어떻게 하느냐에 (우리 정부의 찬반 여부가) 달려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 정부는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면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일본과 교섭 중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입장이 충분히 반영됐다고 판단되면 정부는 컨센서스가 형성되는 걸 막지 않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등재를)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는 21개 위원국으로 규성된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결정한다. 등재 결정에 위원국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규정이 있지만, 관례상 특별히 반대하는 국가가 없으면 표결을 하지 않고 등재하는 컨센서스(Consensus)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21~23일 인도에서 열릴 WHC 회의에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이뤄낸다는 방침이다. 한국과 일본이 모두 WHC 위원국이기 때문에 만약 한·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한국이 반대를 하게 되면 ‘표 대결’로 갈 수 있다.
다만 외교부 당국자는 “국가간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고 대립적 상황으로 가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전반적 관행과 분위기를 해치게 된다”며 “투표까지 가는 상황은 최대한 피하면서 한일 합의를 이루려는 것이 양국 정부가 원하는 목표”라고 했다. 대부분의 다른 위원국과 사무국이 표결까지 가는 상황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표결을 하면 우리 정부에도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고, 한·일 관계 악영향도 불가피하다.
앞서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역사를 흐리기 위해 대상 시기를 에도 시대(1603~1868년)로 국한해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 전문가 자문기구는 우리 정부 입장을 고려해 ‘전체 역사'를 반영하라는 권고와 함께 보류(refer)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자문기구 권고에 구속력이나 강제성은 없다. 2015년 ‘군함도’로 알려진 하시마 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때도 일본 정부는 강제 징용 정책과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경우 하시마 광산과 달리 조선인 강제노역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일본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